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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 박 대통령 한마디에 국·과장 강제퇴직

등록 2016-10-12 05:01수정 2016-10-13 11:42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청와대-세종청사간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청와대-세종청사간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년 전 최순실 딸 승마대회 조사로 밉보여 좌천
국장 “누구 뜻이냐” 묻자, 문체부 “장관 윗선”
3년 전 최순실(60)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최근 강제로 공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사퇴에는 박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라며 공직에 남아 있는 걸 문제 삼은 게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11일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은 지난 7월 무렵 잇따라 명예퇴직해 공직에서 완전히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명예퇴직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문체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노 전 국장의 경우 올해 초 프랑스 장식미술전 문제로 청와대와 중앙박물관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노태강’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안다”며 “그 뒤 노 전 국장에게 ‘물러나 달라’는 압력이 본격적으로 가해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장식미술전은 박 대통령이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으나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상업적 전시여서 못 한다’고 반대해 무산된 전시기획이다. 직후 김 관장에 대한 경질인사가 단행됐는데 당시 중앙박물관의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이 체육국장에서 밀려난 노태강이었다. 노 전 국장은 사퇴 요구를 받고 ‘누구의 뜻이냐’고 물었고 ‘장관의 윗선’이라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국장은 처음에는 “나는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라며 저항하다가 이내 “함께 일한 부하들은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명예퇴직원을 냈다고 문체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3년 전 함께 한직으로 밀려났던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도 노 전 국장과 같은 시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명예퇴직했다.

두 사람은 2013년 5월 청와대의 지시로 최순실씨 딸의 승마 대회를 둘러싼 시비를 조사한 바 있다. 둘은 “조사를 해봤더니 최순실씨나 반대쪽이나 다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두 사람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사실상 좌천 인사를 지시했다.(<한겨레> 2014년 12월3일치) <한겨레> 보도에 대해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다음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겨레가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사실임을 인정한 바 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명예퇴직 뒤 각각 다른 민간 스포츠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두 사람으로부터 경위를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노 전 국장의 사퇴에 관여한 당시 문체부 운영지원과장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 전 국장의 경우 프랑스 장식미술전 문제로 관장이 나가고 관련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며 “어느 선에서 결정된 것인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노형석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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