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순실·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에 입 열어
“두 재단이 퇴임 후 대비라는 것 사실 아냐”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준 것 감사”
“감독기관 철저히 감사하고 지도·감독 해주길”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왼쪽으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그 뒤로 우병우 민정수석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최순실씨와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한겨레>가 이들 의혹을 제기한 직후인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갈수록 구체적으로 쏟아져나오자 입을 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연 수석비서관회의 머리발언에서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의혹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이라는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고 ‘두 재단’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며 ‘불법 행위 엄정 처벌’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은 그러나 이어진 발언의 대부분을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며 “외국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 여러 기업들과 그동안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뜻을 같이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들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도 거두었다”며 파리 케이콘 행사, 태권도 공연, 코리아 에이드, 케이타워 프로젝트 등을 예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의미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두 재단이 시작할 때 미비했더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서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서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들 재단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 최순실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이 ‘비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디스팩트 시즌3#24_최순실 딸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의혹 총정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