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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박과장편 USB로”…최순실에 ‘태권도 시범단’ 깨알 보고

등록 2016-10-24 07:11수정 2016-10-24 10:30

최순실 재단 ‘K 재단 사업’ 회의 문건 보니

박대통령 순방 한달여전
시범단 창단도 안된 3월말에
5월 아프리카 순방파견 계획 짜
행사참여 미리 결정된 듯한 정황

얼굴없는 회장님으로 재단 장악
재단관계나 “김필승 이사가
수시로 통화하고 최씨에 보고”
노숭일 부장·박헌영 과장 등 ‘심복’

‘막후의 힘’ 아니면 설명안돼
초고속 설립부터 순방참여까지
신생재단으로 전례없는 행보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케이스포츠의 이사도 직원도 아닌 최순실씨는 ‘비선’을 통해 재단을 움직였다. 공식적인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체인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의 ‘심복’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면서 주로 막후에서 움직였다.

<한겨레>가 23일 공개한 ‘면담(회의) 일지’는 최씨가 케이스포츠를 어떻게 조종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씨가 회장으로 있는 ‘더블루케이’ 5층 사무실에서 3월25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회의의 주제는 ‘태권도 시범단 창단 관련’이었다. 일지에 ‘회장’으로 기록된 최씨와 케이스포츠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태권도 시범단 창단 계획이 상세하게 보고됐다. 인원 22명을 선발해 훈련을 ‘무주 태권도원’에서 진행하고 5억300만원을 운영 예산으로 한다는 ‘세부내역’이 나온다. 특정 교수의 이름까지 적시해 시범단장을 맡아달라고 설득 중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아프리카 시범단 파견 문제를 3일 뒤에 보고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5일 뒤인 3월30일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도복 제작, 선수 영입, 아프리카 시범단 파견 인원 등이 논의됐다. 케이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인 ‘케이스피릿’ 관련 내용들이다. 5월2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태권도 시범공연과 관련된 사항들이 이미 32일 전에 최씨가 주재한 회의에서 자세하게 논의된 것이다.

최씨는 재단에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을 처리했다. 케이스포츠 관계자는 “회장은 재단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떻게 재산이 288억원이나 되는 재단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비결은 ‘최순실 사람들’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김필승 이사가 최씨의 심복 중 한명이다. 수시로 통화하고 최씨에게 보고를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단 설립 전 전경련 쪽과 계속 협의해가면서 조직 구성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한겨레>와 만나 “최씨를 아예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물들로는 노 부장으로 불리는 노숭일씨와 박 과장으로 불리는 박헌영씨가 있다. 노씨는 재단 설립 이전부터 최씨의 심부름을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재단에 적을 두고서 월급을 받았지만, 주로 최씨 개인을 위해서 일했다. 노 부장은 독일에 머물고 있는 최씨와 그 딸 일행을 수행해왔다. 또 다른 재단 직원인 박 과장은 재단과 더블루케이를 오가면서 재단과 회사 쪽 사업 관련 문서 작업 등을 도맡아왔다. 3월30일치 면담 일지를 보면, 태권도 시범단 동영상 제작과 관련해 “일요일(4월3일) 박 과장 출장 편으로 USB”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는 실제 4월3~14일 독일로 출장을 떠난다. 그가 출장 중 시범단의 동영상을 유에스비에 담아 당시 독일에 머물던 최씨에게 보고하겠다는 내용이다. 실제 <한겨레> 독일 현지 취재 결과, 그 시점에 최씨는 박씨 등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에서 호텔을 알아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 5월 새 이사장으로 들어온 운동기능회복센터(CRC) 정동춘 원장은 재단을 최순실 사단으로 구성하는 완성판이었다. 최씨는 이 스포츠마사지센터의 단골손님이었다. 정씨는 최씨가 앉힌 인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이들을 통해서 재단의 주요 현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지휘했다. 재단 한 관계자는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정동구씨가 한달여 만에 그만둔 것도 최씨와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막후에서 움직이면서 장악한 케이스포츠재단은 신생 민간 재단법인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잇따라 해낸다. 그 첫 단추는 재단 설립이다. 재단은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떨어진다. 주무 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를 움직일 수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었다.

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인 ‘케이스피릿’이 대통령의 5월2일 이란 방문 때 시범공연을 할 수 있었던 배경도 최씨의 역할을 빼놓곤 설명하기 힘들다. 시범단은 최씨가 지난 3월25일과 30일 두차례 보고받을 당시만 해도 감독이 공석이었다. 보고 문건엔 “향후 우수선수 선발 보충”, “각종 대회 출전시켜 개개인의 실력 검증”이란 표현이 등장할 만큼 시범단 구성과 실력이 미비했다. 해외순방 때 공연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던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케이스피릿은 이란에 이어 5월 말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해 태권도 시범공연을 폈다.

류이근 하어영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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