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일어난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정부의 첫 대변인인 윤창중 칼럼니스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나치 독일 당시 ‘유대인 학살에 동조했던 사람들’에 비유하며 “과연 제정신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첫 미국방문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의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일 자신의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 세상’에 제6차 대국민담화문을 올렸다. 그는 대한민국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그 증상이 600만명의 유대인 학살이 이뤄졌던 나치 독일 시대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윤 전 대변인은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이론은 탄핵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 너무나도 리얼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이른바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인종말살의 죄악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됐다는 게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쓴 칼럼의 일부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이론은 탄핵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 너무도 리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론은 아렌트가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한 나치 전범의 재판과정을 다룬 역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구절인데,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학살된 유대인이 무려 600만 명에 이르렀던 독일 사회 전체가 인종차별주의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단 것! 당시 독일 국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그 엄청난 인종말살의 죄악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됐다는 이론이 바로 ‘악의 평범성’!입니다.
-2016년 12월 1일 <윤창중의 수목칼럼: 새누리당 탄핵세력을 금석에 새겨 영원한 치욕을 남게하자> 중
그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함’을 강조하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마녀사냥이자 인민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광화문 촛불시위대, 야당, 그리고 언론에 의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과 치욕을 받고 있는 국가, 이게 과연 법치국가냐”며 “대한민국 사회가 미쳤다는 진단을 거듭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탄핵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주장을 1백보 양보해 받아들인다고 해도, 최순실과 ‘공모’한 부분은 문화 체육계와 관련된 분야”라며 “그것이 국민이 선거라는 민주적 방식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할 사유가 되냐”고 반문했다. 또 촛불집회 참석자들에 대해선 “광화문 일대에 모여들고 있는 세력 중에 과연 순수한 의도,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은 세력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 지는 의문”이라며 “친일 종북 반미 세력이 총동원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도 박 대통령에게 ‘이겨보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닌 검찰청사 앞에 나가 대국민사과로 국민의 마음을 풀어라’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가지 사과하고,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드로 일관할 필요가 있다”며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여론을 반전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금물이다”고 썼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