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향해 구애 경쟁
보수진영의 사실상 유일한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 행보에 나서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구애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3일 반 전 총장 쪽이 밝혀온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의 핵심 연결고리인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은 결국 공적 시스템 작동을 왜곡시킨다”며 “대한민국 정치혁신의 첫 화두로 개헌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권력구조 개편을 올해 대선 전에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말했으나, 개헌의 구체적인 시기·방법은 앞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을 위원장으로하는 당 개헌특위를 구성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외치며 귀국하자마자 인 비대위원장이 개헌론을 꺼내든 것은 ‘대선 전 개헌’을 지렛대로 반 전 총장과 연대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전날 반 전 총장이 “패권·기득권은 안 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동의한다”, “제가 하는 일을 아시는 것 같다”고 적극 호응했다. 자신이 벌이고 있는 당내 ‘친박 청산’ 작업이 반 전 총장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바른정당도 반 전 총장과 코드를 맞췄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창준위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선언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 그 정치교체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우리가 반추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야권을 향해 “경쟁자이기 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의 사무총장으로서 10년 동안 봉직하다 들어온 반 전 총장에게 야당 대권 주자들이나 당 지도부의 논평·평가는 인색하기 그지없다”며 “옹졸한 정치를 바꿔야 진정한 정치교체다.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정치교체다”라고 꼬집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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