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진보와 보수의 상징성 높은 장소들을 넘나드는 동선을 예고했다. 15일 천안함기념관 방문으로 ‘굳건한 안보’를 강조한 그는 이번주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영남과 호남, 충청을 가로지르는 3박4일의 강행군에 나선다. 설 연휴 시작 전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을 끌어내야 하는 다급한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1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침체에 빠진 조선 산업 현장을 점검하고, 오후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으로 이동해 유엔 기념공원과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등을 방문한다. 17일에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오후에는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다. 18일에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대구로 이동해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19일엔 대전 현충원과 대덕연구단지 방문 일정도 잡혀있다. 전체 일정을 보면, 주로 야권 지지자들을 겨냥한 방문지가 많고, 일정 중간중간 현장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친서민 행보도 염두에 둔 동선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게 “기회를 보겠다.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메시지에서도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촛불민심’과 호흡하려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같은 날 충주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2천여명의 시민을 향해 “유엔 아들이 충주의 아들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15일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며 귀국 일성인 “정치교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여러 차례 정권교체가 있었고 지도층이 바뀌었다. 그러나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정권)교체만 되면,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헌법개정을 포함해 선거제도, 정책결정 방식 등 전반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성/윤형중 기자,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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