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 트라팰리스에서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전 개헌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촛불) 광장의 민심이 초기와 달리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트라팰리스 자신의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헌법이 제정된 뒤 30년간 대통령은 한 분도 예외 없이 실패했고 존경받지 못했다. 서글픈 일”이라고 말하며 “그 중심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자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며 모든 정당과 정파의 대표들이 ‘개헌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지도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민주당 유력 주자’로 거론하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정권 교체 뒤에 숨은 패권추구 욕망을 감추고 있다”는 말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당장 회견 현장에서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개헌을 위한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를 치르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의지가 있고 개헌안이 준비가 되면 대선을 하면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다시 협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용의가 있다. 시간 나는 대로 각 당의 지도자들을 예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촛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적폐청산인데 광장 민심을 들은 적이 있나? 개헌 추진 협의체는 반 문재인 연대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자 반 전 총장은 우선 “국민들의 열망은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인 적폐를 바꾸라는 뜻이다. 국민들의 함성과 분노가 전달됐고, 불행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또 탄핵 소추를 당했다. 민족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어서 “광장의 민심이 초기와 달리 변질된 면도 있다. 다른 요구들이 많이 나오고 하는 그런 면은 경계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광장 민심 변질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냐”고 묻자 반 전 총장은 “그건 여러분들이 보시면 플래카드나 요구하는 구호 이런 걸 보면, 저는 가보진 않았습니다만, TV 화면을 보니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답했다.
조승현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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