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청계천로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을 방문해 이곳에서 제작된 드론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친노 적통’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을 놓고 맞붙었다. 그동안 정책 지향점은 달랐지만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제했던 문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안 지사에 대한 쓴소리를 입밖에 꺼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3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첨단산업 창작지원공간인 ‘팹랩’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국정농단·헌정유린 사태에 제대로 반성·성찰하고 국민께 속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그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정당과 연정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지사는 전날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지사는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의회 지도부는 공통의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말한 ‘대연정’과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밝혔던 대연정 구상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은 그 자체보다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쪽에 방점이 있었다”며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당시 한나라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은 나중에 그런 제안조차도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었다고 말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경북 안동시 성곡동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열린 ‘경북 청년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도중 참가자의 질문을 받으며 밝게 웃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안 지사의 대연정 카드에 정색하고 나선 것엔 여러가지 해석이 잇따른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3선 의원은 “안 지사의 발언 취지는 이해하지만 ‘한 식구’인 안 지사의 발언이 자칫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문 전 대표가 ‘정리’를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추락의 서곡이었던 ‘대연정’이 이슈가 되면, 참여정부 계승자인 문 전 대표에게 별로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라는 딱지를 떼길 원했던 안 지사 쪽은 문 전 대표의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있다. 안 지사 쪽 관계자는 “대연정이라는 말을 꺼내면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 못한 게 아니다. 지금은 대선주자 중 누가 대권을 잡아도 협치를 안할 수가 없는 여소야대의 국회”라며 “참여정부 시절의 대연정이 (지역구도를 고려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면 안 지사의 발언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지사 쪽에선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기류도 읽힌다. 또다른 측근은 “평소 협치를 지론으로 내세웠던 안 지사가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지, 새누리당과 얼마든지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어영 이세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