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기간연장 거부로 새로운 특검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려고 찾아온 야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권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특검 연장 불승인에 맞서 즉각 특검 연장법과 황 대행 탄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특검 연장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고, 황 대행 탄핵을 두고는 야권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일단 오는 3일부터 4월1일까지 30일 동안 3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28일 합의했다. 본회의는 16~17일(긴급 현안질문)과 28, 30일로 잡았다. 야권으로서는 특검 연장법과 황 대행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시설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의장실로 찾아온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 4당 원내대표들에게 특검 연장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황 대행의 특검연장 불승인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특검 연장법안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서는 “잘못된 전례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제로 특검이 계속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정 의장은 야 4당 원내대표들에게 “여야가 법사위에서 합의해서 본회의로 넘겨주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 권성동 법사위원장(바른정당)이 법사위에서 직권상정해 통과시키는 방법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날치기’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애초 야 4당의 논의 테이블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야 4당은 각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정 의장을 방문해 직권상정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 외에는 뾰족수가 없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어쩔 수 없이 특검 연장법 추진에 나서기는 했지만 지도부로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검 연장법 통과를 위해서는 애초 권성동 법사위원장부터 설득했어야 하는데 ‘바른정당에서도 권성동 의원은 통제가 안된다’는 말만 듣고 때를 놓쳤다”고 했다.
바른정당을 뺀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추진하는 황 대행 탄핵도 갈 길이 멀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를 대표해 탄핵소추위원을 맡아야 하는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탄핵 사유가 안 되는 것을 야당이 추진하면 나는 탄핵소추위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황 대행 탄핵을 밀어붙일 경우 국회가 ‘국회 만능주의’에 사로잡혔다는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마치 탄핵 사유가 없음에도 정치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행 탄핵 전선’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황 대행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 야권 지지층으로부터도 ‘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이 별 대책 없이 나섰다”고 했다.
탄핵안은 발의 이후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에 부쳐진다. 여야가 이날 합의한 3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대로라면 17일이나 30일 본회의에서 황 대행 탄핵안 표결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인 그 시점에서 황 대행 탄핵의 동력이 얼마나 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야권 인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어영 송경화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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