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출신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선 캠프(이하 더문캠)에 합류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지지 철회 뜻을 밝히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할 땐 큰 논란이 되지 않다가, 막상 페미니스트와 손잡자 후폭풍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엔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 교수를 더문캠에 영입하기도 했다.
남 의원이 지난 13일 더문캠 여성본부장으로 임명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민주당은 메갈당 되나”(ahr****) “남성 차별주의자 남인순 합류, 역투표할 것”(kth****) “남인순은 문캠에 확실히 악재”(버드****) 등 남 의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며 이른바 ‘메갈’ 논란이 재점화됐다. 남 의원을 ‘극단적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해 문제를 삼은 것이다.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도 “페미니스트의 가면을 쓴 남성혐오 및 역차별주의자 영입을 결사반대합니다”(이**) “한국의 페미니즘의 경우 남성혐오적이고 비논리적인 작태를 띠고 있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합니다”(Yi******) “골칫거리 하나 더 늘었네요”(Jie******) 등의 댓글이 달렸고, 남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문재인 캠프 나가주세요 제발 덕분에 표 갈리게 생겼네”(조**) “외할아버지 성은 왜 버리셨나? 그냥 계속 남윤인순이라고 하지”(@김**) 등 비판적 댓글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정책 발표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 의원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군 가산점제 부활 반대, 여성 비례대표 공천 할당제, 성매매 여성 처벌 반대 등을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군 가산점제는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로도 부활 논란이 계속됐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 가산점제가 여성, 장애인,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 등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요지로 위헌 결정을 했다. 여성 공천 할당제는 2000년 정당법에 따라 신설됐으며, 현재 50% 할당제가 도입됐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 20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7% 수준이다.
또 남 의원은 지난해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비정규직 노동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에 대한 수사당국의 ‘무고 수사’를 사건이 종결된 뒤로 보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지난 8일엔 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1980년대부터 페미니즘 운동을 해왔으며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여성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더문캠의 여성학자, 여성운동가 출신 영입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의 연장선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지적도 맞선다. 페이스북 여성주의 페이지 ‘메갈리아4’는 “남인순 의원은 메갈리아와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그저 여성운동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메갈’이 되며, 그가 발의한 법안은 ‘남성혐오’적인 법안으로 매도당합니다”라며 “문재인 캠프는 이러한 여성혐오자들의 무가치한 공세에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후보가 스스로 든 페미니즘의 기치를 다시 스스로 꺾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아닌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자신들의 핵심 가치임을 굳건히 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본인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거라고 할 때는 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나”(@whe***) “남인순 영입한 문재인은 공격 못하고 남인순만 공격한다”(@TxJ****) “지지하는 후보가 캠프에 남인순 의원을 영입했으면 이 사람이 지금 그 후보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나”(@byg*****) 같은 의견이 나온다.
소위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메갈’로 단정하고 거부감을 갖는 데엔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의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7월 게임업체 넥슨은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고 인증샷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린 한 성우의 목소리를 게임에서 삭제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기업의 노동권 침해”라는 논평을 내자 일부 당원들이 ‘메갈 옹호’라며 반발해 탈당했고, 정의당은 해당 논평을 공식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8월 첫째주 정당 지지율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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