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성향 강한 지역서도 ‘대연정·통합’ 깃발 꺾여 당혹
“격차 줄여 긍정적” 희망 강조…포용 내세워 수도권 선전 기대
29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순회투표가 끝난 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로 스쳐지나고 있다. 대전/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29일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11.1%포인트의 큰 차로 2위에 머문 안희정 후보는 애써 ‘희망’을 강조했다. 그는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위, 3위의 득표율을 합치면 50%가 넘었다”며 “(문 후보와 다른 후보 사이의) 격차를 줄였다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캠프에선 탄식이 새어나왔다. 안 캠프 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의 결과에 대해 “기세를 올릴 활주로가 짧았다”며 “조직력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안 캠프는 안 후보의 ‘안방’인 충청권에서 승리를 못 거둔 것도 아쉽지만, ‘대연정·통합’의 깃발이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안 후보는 이틀 전 광주에선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대연정’을 목청 높여 외쳤다. 또 “불안한 대세론으로 유승민, 안철수, 이 대결에서 정말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며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직격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투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애초 각 캠프에서는 문 후보가 이기더라도 안 후보와 근소한 차로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안 후보가 지금까지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를 뛰어넘은 적은 없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한때 타올랐던 충청대망론을 이어받는다면 여론조사 수치상으론 잡히지 않는 바닥 민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안 캠프 쪽은 충청권에서 승리한다면, 일반 선거인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까지 희망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품고 있었다. 안 캠프에선 “단 한표라도 이기면 우리가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충청에서 문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2위를 하면서 반전의 불씨는 위태로워졌다.
앞으로 남은 영남·수도권은 안 후보에게 별로 유리한 곳이 아니다. 문 후보는 경남 거제, 이재명 후보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수도권의 경우엔 문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인 이 후보도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김만흠 한국아카데미 원장은 “당심이 많이 반영되는 경선이기 때문에 충청권의 일반적인 여론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대세론을 굳혀가면 앞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 경선보다는 당 밖 경쟁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홍준표 경남지사와의 경쟁에 쏠릴 것이기 때문에 안희정·이재명 두 사람이 새로운 반전의 에너지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 캠프에선 포용과 유연함을 강조해온 안 후보가 영남권을 무난히 방어한 뒤 수도권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대전/하어영 기자 haha@hani.co.kr[디스팩트 시즌3#45_문재인 독주 체제, 안철수의 견제 가능할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