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궤멸돼 표심 표류
옛 새누리 지지자들 ‘마음 못 정해’
홍준표엔 찜찜, 안철수엔 불안
옛 새누리 지지자들 ‘마음 못 정해’
홍준표엔 찜찜, 안철수엔 불안
아직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셰일 오일’과 비슷하다. 찾기가 힘들지 일단 채굴만 하면 국제 유가를 흔든다. 특히 전체의 16%정도로 나타난 부동층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정책 지향성을 드러내면서 5·9 대선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보수 진영이 부동층으로 숨어 들어간 전통적 보수표를 찾아내 투표소로 끄집어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엠알씨케이(MRCK)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층 규모는 전체 유권자의 16.5%다. 이번 대선 유권자 수를 4235만명 정도로 추산할 때 474만여명이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투표성향과 정책지향은 ‘핵심 지표’에서 보수 쪽에 기운 경우가 많다.
우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은 이들이 10명 중 4명(43.3%)에 달한다.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이들은 12.2%에 불과했다. 진보 진영 대선 후보가 지리멸렬하던 2007년 대선에서의 부동층이 주로 진보 쪽 유권자들로 구성됐다면, 보수 진영이 궤멸 상태인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층의 상당 부분을 보수 유권자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또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48.7%)이 양극화 해소와 분배(43.4%)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성장 지향’이 다소 강했다.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대화와 협력(41.3%)보다는 강력한 대북제재 지속(48%)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성장’과 ‘반공’에 기반한 전통적 보수층, 옛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선뜻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은 얇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 당일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후보에 선뜻 마음을 주길 망설이던 보수 성향 유권자 앞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는 선택지가 어른거리는 탓이다.
이번 조사 분석을 맡은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현재 부동층은 성장, 대북강경, 박근혜 지지 등 전통적으로 강경한 보수층에 속했던 이들이 많다. 문재인은 싫고, 안철수는 불안하고, 홍준표는 찜찜하고, 유승민은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이번 조사 어떻게 했나
조사기관: 엠알씨케이(MRCK)
일시: 2017년 3월30일~4월1일
대상: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1512명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임의전화걸기(무선 51.5%, 유선 48.5%) 방식의 전화면접
오차보정방법: 2017년 2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지역·연령별 가중값 부여
응답률: 17.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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