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변인도 정확한 의미 모른다는 ‘코리아 패싱’
최근 북핵 논의에서 한국 배제되는 가운데 나온 신조어
“보수가 안다고 자랑한 코리아 패싱이 사드 강행이냐” 목소리
최근 북핵 논의에서 한국 배제되는 가운데 나온 신조어
“보수가 안다고 자랑한 코리아 패싱이 사드 강행이냐” 목소리
‘코리아 패싱’으로 ‘문재인 배싱(Bashing·때리기)’에 나섰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에 이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논란에 가세했다. 그러나 외교부 대변인조차 최근 ‘코리아 패싱’이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 모른다고 공식 발언한 적이 있고, 널리 통용되는 시사용어로 정립되지 않은 신조어란 지적도 제기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문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억지라는 의견이 많다.
‘코리아 패싱’ 논란이 일어난 지난 25일 4차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회 다음날인 26일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리아 패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답한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콩글리시니 뭐니를 떠나서,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외교안보 문제가 이슈의 중심에 있어온데다 언론에서도 계속 써오던 용어라 모른다는 답변에 놀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단순히 용어에 대한 인지 여부를 넘어, 왜 지금 대한민국이 ‘안보 위기’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썼다.
나 의원의 주장대로 ‘코리아 패싱’은 한반도 관련 사안을 다루는 논의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언론에서 비교적 최근에 자주 쓰인 용어다. 최근 북핵 논의를 한국은 빠진 채 미·중·일이 주도하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이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이달 1일부터 ‘코리아 패싱’ 논란이 일기 전날인 24일까지 229건(네이버와 제휴한 언론사 기준), 최근 1년 사이 738건이다.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쓰인 기사의 31%가 1년 중 최근 24일 동안에 집중됐다. 이 용어가 근래 들어 부쩍 자주 쓰인 신조어란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외교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일 등 주변국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국내 일각에서 사용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특이한 용어가 정확히 무슨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등 국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낮 1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박문각 시사상식사전’에는 ‘코리아 패싱’이 올라 있다. ‘요약’ 내용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한국을 소외시킨 채 논의를 진행하는 현상”으로 정리됐고 “외국어 표기 Korea Passing. 직역하면 ‘한국 건너뛰기’라는 뜻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이슈에서 한국이 빠진 채 논의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풀이돼 있다. 그러나 ‘코리아 패싱’이 유래됐다는 ‘재팬 패싱’은 시사상식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네이버 쪽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문각 시사상식사전에 ‘코리아 패싱’이 등록된 날짜는 지난 21일”이라고 밝혔다. 21일은 외교부 정례브리핑에 나선 조준혁 대변인이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 입안, 추진 과정에서 사전·사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라고 말한 날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백과사전에는 ‘코리아 패싱’으로 검색되는 콘텐츠가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오밤중에 들이닥친 사드 부품들이야말로 귀하께서 안다고 자랑하신 바로 그 코리아 패싱의 단적인 증거 아닙니까?”(@pupi***) “코리아 패싱은 몰라도, 안보만큼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문재인 후보의 주장에 대한 미국의 답은 사드 기습설치 강행이었나”(최**) “먹물들만 아는 영어. 미국 생활이 20년이 넘는데 나도 이건 뭐지 했다”(@ultra****) 같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중앙일보·제이티비시(JTBC)·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지난 25일 열린 4차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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