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홍문표(가운데)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일표, 김학용, 박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군현, 홍문표, 김재경, 김성태, 황영철, 이진복, 권성동, 장제원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성태·홍문표·장제원·황영철 등 바른정당의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은 보수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탈당 의원은 권성동 김성태 김재경 김학용 박성중 박순자 여상규 이군현 이진복 장제원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이다. 전날 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전격회동한 14명 가운데 13명이 이날 우선 탈당하고, 정운천 의원은 주중에 지역구인 전북 전주에서 독자적으로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자유한국당에 즉시 입당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보수의 새 가치를 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정치·경제·안보 위기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승민 대통령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많은 노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7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보수가 대통합해야 한다. 친북좌파-패권 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보수궤멸’을 운운하는 친북좌파-패권 세력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옛 새누리당 내 친박청산을 요구하다 탈당한 이들은 ‘좌파집권 저지’라는 명분으로 그동안의 노선을 접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어떤 입장을 갖고 복귀하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황영철 의원은 “우리가 지금까지 결정한 것에 대한 소신은 변함없다. 그러나 보수 승리를 위해서 과거에 대한 모든 아픔과 상처를 씻고 새롭게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과 많은 보수 지지자들의 요구다. 이 요구를 따르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던 때와 뭐가 달라졌냐’고 했으나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친박 8적’으로 지목했던 자유한국당 내 강성 친박계와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진복 의원은 “상당히 많은 부분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부로 바른정당 의석은 19석(정운천 의원 탈당 제외)으로 줄어,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잃게 됐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를 내걸고 1월24일 창당했으나,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좌파집권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며 석달여 만에 자유한국당에 복귀하는 것이다.
한편 유승민 후보는 이들 탈당에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같이 가고 싶었는데,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분들 심정도 이해하고, 제가 부덕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저는 5월8일 밤 12시까지 많은 국민들을 만나고 끝까지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9일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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