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유세에서 장인과 인연 끊은 얘기 논란…“26년 동안 집에 못 오게했다”
문재인 선대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 “패륜집단 결집” 썼다가 단장 사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2일 오후 국회 의사당 앞 계단에서 `대한민국 안보단체총연합 합동 지지선언'에 참석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유세 과정에서 장인과 26년 동안 인연을 끊고 살았다는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패륜’ 논란을 낳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이 이와 관련해 부산 민심을 전하며 “패륜집단의 결집”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글을 정정하고 단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전북 전주 유세현장에서 전북 부안에 있는 처가와의 인연에 대해 설명하면서 장인과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홍 후보가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처가에 와서 인사를 했지만, 장인은 “그런 놈이 고시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하며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사법고시 2차에 합격한 뒤 아내가 장인에게 전화를 하자 장인은 “신문에 안 났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3차 시험까지 합격한 뒤 홍 후보는 장인에게 인사를 하러 가서 “내 딸은 데리고 갑니다. 고생 안 시킵니다. 대신 장인어른은 우리 집에 올 생각하지 마소”라고 말한 뒤 “26년 동안 집에 못 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돈도 검사할 때 돈 좀 있으면 우리 장모님한테 주면서 ‘이 영감탱이 하고 갈라(나눠) 쓰면 내 절대 한 푼도 안 준다’고 말했다”고 했다. 홍 후보는 그렇게 지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어머니가 사망할 때까지 이런 장인을 용서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장인어른한테 그 이야기를 했다. ‘우리 엄마가 용서를 안 하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도 용서를 못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장모님 임종도 제가 했고, 장인어른은 마지막에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겨서 6개월 모시다가 돌아가셨다. 장인어른 임종도 제가 했다. 그래서 관계를 풀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 후보의 이 발언을 두고 “얼마 전 자기 지지하지 않는 분들을 향해 ‘도둑놈 xx들’이라더니 그 버릇이 26년 전부터였나”라며 “결혼 반대했다고 장인어른께 ‘영감탱이’라고 공개 연설에서 헐뜯고 26년간 용돈 한푼 안 주고 집에도 못 오시게 했다면 ‘노인학대죄’에 해당?”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공무원 대상 공개 강연에서 대학 시절 자신을 퇴짜 놓은 여학생을 ‘씨x년’(이라고 했다), 이건 건전한 보수가 아니라 막가파 보수”라며 “건전한 보수는 예의도 바르다. 그래서 인간 도리도 한다. 가짜 보수이니 돼지발정제도 사람에게 사용하려 했지만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 국민은 특히 교육이 큰 탈이 난다. 여기서 접으라”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도 6일 페이스북에서 “본의 아니게 ‘부산 민심탐방’ 취재를 한 셈인데 뜻밖에 온통 홍준표 판이다. 선거 초반에는 문재인 지지가 많았으나 지금은 여론이 뒤집어져 전반적으로 ‘홍가’가 압도적이며 사전투표에서도 전부 2번 찍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한다. 젊은층도 마찬가지. 다들 멀쩡한 보통 시민들”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게) 이 시각 PK의 바닥 민심”이라며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썼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는 8일 성명을 내고 “문용식 대책단장이 PK를 향해 패륜집단이라는 극단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며 “부산, 울산, 경남지역 시민 모두를 매도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문 단장은 이에 “패륜집단의 결집”이라는 표현을 “패륜후보로의 결집”으로 수정한 뒤 가짜뉴스대책단장에서 사임했다. 문 단장은 “오늘 자유한국당이 저의 글을 왜곡해 PK 패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억지라 생각한다”며 “제가 글을 쓴 것은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용돈 한푼 안주고 26년동안 집에도 못오게 한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을 거론한 것이다.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미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이것을 마치 유권자에 대해 말한 것처럼 비틀어서 공격하고 있다. 장인장모도 부모인데 장인을 이렇게 구박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이런 후보를 패륜이 아니라 효자라고 해야하나”라고 해명했다.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후보는 “패륜” 논란이 확산하자 8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것을 패륜이라고 저를 비난하는 민주당의 작태가 참 한심하다”며 “영남을 싸잡아 패륜집단이라고 매도해놓고 역풍이 거세게 불자 이를 호도하기 위해 꾼들을 동원해 홍준표 장인을 검색케해서 검색어 1위에 올려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나 번지수가 틀렸다. 참고로 장모님, 장인어른 두분 모두 마지막에는 제가 모셨고 성남 천주교 공원묘지 안장도 제가 했다. 쯔쯔”라는 글을 남겼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