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이력 앞에는 ‘입지전적’이라는 수사가 따라붙는다. 또래보다 늦은 중학생 시절 농구를 시작해 농구 명문 무학여고에 진학한 그는 서울역에서 팔각정까지 뛰어올라가기를 반복하는 고된 훈련과 자정까지 이어지는 슛 연습 끝에 주전 자리를 꿰차고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던 악바리다. 서울신탁은행 감독에게 스카우트돼 주전 센터포워드로 3년간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상고 졸업생이 대부분이었던 은행에서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산·부기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딱 부러진 일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증권부와 본점 영업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여직원으로서 경험한 임금·직급 차별, 출산·육아의 어려움은 그를 곧 노동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옮겨가는 지점마다 노조 분회장을 지내 ‘김 조직’으로 불릴 만큼 친화력과 조직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서울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 등을 거쳐 1995년 금융노련 최초의 여성 부위원장에 올랐다.
그 시절 남녀고용평등법 제정과 관련해 인연을 맺은 신낙균·이미경 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서울 영등포갑에서 19대, 20대(2016년 4·13 총선)에 연거푸 당선됐다. 3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장(19대)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최고위원(20대)을 지내는 등 중견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당 최고위원을 지낼 당시엔 전해철 의원과 함께 ‘친문재인계’를 대표하는 지도부의 일원으로 당·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다.
김 후보자는 23일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당면 현안인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평가시스템 확보와 장시간 노동 문제 해소를 위해선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노동계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어 “노동자 출신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누구보다 노동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후보자는 노동계, 야당과 활발히 소통해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어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갇히지 않고 노동적폐 청산과 노동권 전면 보장에 대해 과감한 정책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세영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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