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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트랜스젠더는 아는데 젠더 폭력은 모르는 홍준표, 정책은 아세요?

등록 2017-09-20 14:56수정 2017-09-20 15:53

19일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 참석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꼽는 사회문제인데
무지 드러내 비난 봇물…실시간 검색 오르기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잭비님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토크콘서트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잭비님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토크콘서트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여성정책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여성 패널들에게 “젠더 폭력이 뭐냐”고 묻는 바람에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일 낮 1시 기준 ‘젠더 폭력’ ‘젠더’가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온라인상에서 ‘젠더 폭력’이란 용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갈무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갈무리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에 참석한 홍 대표는 강월구 교수(강릉원주대 초빙교수)가 발제한 여성 인권과 젠더폭력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트랜스젠더는 들어봤는데 젠더 폭력은 뭔가”라고 발언했다. 강 교수가 “권력 차이로 인한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성폭력, 데이트 폭력, 부부 강간 등의 폭력”이라고 대답하자,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요즘 세상에 남자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한다는 것은 지나간 얘기”라며 “우리 사회는 성평등을 넘어서 오히려 여성이 우월적 지위까지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강 교수 얘기는 좀 지나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젠더 폭력’이 뭔지 모르겠다는 홍 대표와 한국당이 정책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젠더 폭력’은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꼽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사회문제다. 정부는 지난달 1일 국무조정실,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등이 참여하는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처음 개최하면서 “최근 새롭게 대두되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디지털 성범죄 등 각종 젠더폭력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합니다”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블로그 갈무리
여성가족부 블로그 갈무리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채경옥 한국여기자협회 회장은 “홍 대표가 젠더폭력이 뭐냐고 묻고, 류 위원장이 부연하는 말을 보니 한국당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 야당의 대표를 하는 분이 이런 문제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젠더 감수성을 키우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일반 국민인식 수준에서 한국당은 영남의 ‘마초 꼴통’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했고, 이인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은 “본인 경험이 전체인 것으로 말하면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 토크콘서트는 당내 취약기반인 여성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님, 이런 발언과 태도가 젠더 폭력입니다”라며 “여성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행사에서조차 여성과 소수자를 모욕하는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와이티엔(YTN) 갈무리
와이티엔(YTN) 갈무리
홍 대표는 과거에도 성차별 발언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 연세대 특강에서 한 학생이 홍 대표가 자신의 아내를 ‘출세한 촌년’이라고 표현한 사실을 지적하며 “자유한국당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여성을 여성으로 대해야 한다”고 항의하자 홍 대표는 “그럼 촌놈은 남성 비하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대선후보 때는 <와이티엔>(YTN)에 출연해 “설거지는 여자가 하라고 하늘이 정해놓은 일”이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 비판을 샀다. 한나라당 대표 때인 2011년 9월엔 “조윤선(당시 의원)이 문화부 장관 시켜달라고 찾아왔다. 내가 안 된다고 호통치고 돌아갔다”는 일화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고, 그해 7월 전당대회를 두 달 앞두고선 나경원 의원에 대해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에서 뽑아서는 안 된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너, 이놈, 계집애들’ 막말 준표…‘천박 보수’ 20% 넘을까)

석진희 기자 nin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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