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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자유한국당, 국회서 자정까지 ‘우충좌돌’…정세균 의장 “기가 막혀”

등록 2017-12-05 23:57수정 2017-12-06 09:29

한밤 예산안 실랑이
자유한국당 빠진채 본회의 열자
“우리가 안들어온단 말 안했잖아”
70여명 의장석 몰려가 항의로 정회
6일 새벽 0시33분에야 예산안 통과
자유한국당 표결 참여하는 대신
“사회주의 예산 반대” 손팻말 시위
5일 밤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밤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안 들어온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5일 밤 10시12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3000억원 이상 과표 신설을 뼈대로 한 법인세법 수정안 통과를 알리며 정세균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던 순간,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 장제원 대변인이 정 의장이 앉은 단상 앞으로 다가와 항의했다.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만 모인 채 본회의를 열어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따진 것이다. 의장석에서 일어난 정 의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오전 11시부터 11시간 동안 의총을 한 거 아니냐. 항의할 입장이 아니다. 이제라도 본회의에 참여하라”고 했다. 애초 이날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던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총 때문에 취소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한밤 의총을 마치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신의 자리 대신 단상 앞으로 모여들며 계속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은 “밤 9시에 다시 본회의를 열기로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않았느냐. 이제 와서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며 의사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밤 10시17분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단상에 올라와 초고소득자 증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단상 밑에서 소리를 지르며 방해했고, 김 의원도 지지 않고 목청을 높여 제안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단상 밑 항의가 더욱 격렬해지자 “참 나, 기가 막혀”라는 말을 반복하던 정 의장은 “내 얘기 안 들으실랍니까? 안 들으실랍니까?”라고 거듭 확인한 뒤 “(그럼) 나도 (자유한국당) 얘기 안 들어요”라며 쏘아붙이고는 의장석에 앉아 그대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 의원 70여명은 이에 “정세균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밤 10시27분,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한 정 의장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듯 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단상 위로 불렀다. 네 사람이 의사진행 방안을 논의하는 와중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중대 국민의당은 빠져”, “정세균은 사퇴하라”, “밀실야합 각성하라”고 소리쳤고, 본회의장 좌석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도 “대한민국 국회의 수치다”, “표결로 반대하라”고 맞고함을 쳤다. 정 의장은 결국 밤 10시30분 “원내대표 간 협의로 30분간 정회를 선포한다”며 자유한국당에 다시 한번 시간을 줬다.

‘우리 없이 본회의를 열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밤 8시20분부터 2차 의총을 열어 “국회 본회의 보이콧”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밤 9시56분 정 의장은 기다리다 못해 본회의를 개회했는데,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직후인 밤 10시4분 기자들을 만나 “의총에서 표결을 했는데 본회의에 입장하지 말자는 강경한 입장이 더 많았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국회 로톤다홀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뒤 그것으로 끝낼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밤 11시5분, 다시 열린 본회의에 참석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제 1야당이 의총 도중에 국회를 속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본회의에 안 들어간다는 최종 결정을 안 한 상태에서 속개한 건 국회의장이 잘못한 것”이라며 “몇 명이 될지 모르지만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예산안 반대 토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은 이날 예산안 반대 표결 당론을 정하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여야 3당 합의안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던 정의당도 “여전히 미흡하지만 예산안이 부결되면 국민생활 개선이 더 미뤄질 수 있어 찬성 표결을 결정했다”고 했다.

예산안에 대한 여야 찬반 토론에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안 수정안에 이의 없다”는 의견을 밝히자, 정 의장은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6일 새벽 0시33분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는 대신 ‘사회주의 예산 반대한다!’라고 쓴 A4 용지를 각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한다”, “부끄럽게 생각해요”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서는 주호영·신상진 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고, 김현아 의원은 기권했다.

정 의장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여야 모두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 국회가 더 이상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남일 정유경 김규남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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