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앞에서 단식농성을 계속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6일 농성장을 찾은 김무성 의원과 만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대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김성태 폭행사건’이 5월 국회 정상화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은 이번 사건을 지렛대로 삼아 여당에 드루킹 특검 수용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 “백주대낮에 테러가 일어났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오후 국회 계단을 올라가던 중 악수하는 척하며 다가온 김아무개(31)씨에게 턱을 가격당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폭행사건을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의원 10명씩 조를 짜 24시간씩 릴레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지난달 시작한 ‘드루킹 특검’ 도입 촉구를 위한 천막투쟁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번 사건은 절대 혼자 한 게 아니다. 조사를 지켜보겠지만, 보나 마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의 우발적 범행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을 야당에 대한 테러로 간주해 대여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6일 목 보호대를 찬 채 국회 본청 계단 앞 단식농성장으로 복귀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곳을 방문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만나 “대통령 지지율이 좀 높다고 대의민주주의를 걷어차고 있다”며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이 수용되는 그날까지 테러가 아니라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김성태 폭행 사건’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은 ‘외부의 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남북정상회담 뒤 더욱 불리해진 여론 지형을 극복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폭행 피해를 계기로 ‘드루킹 특검’ 주장을 더욱 강화해 당내 분열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홍 대표에 비판적인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홍 대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돌출발언이 지나친 감은 있지만, 드루킹 사건은 여론을 조작한 대형 사건으로 반드시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홍준표 대표도 페이스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늘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은 나를 불렀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폭행’과 ‘특검’에 국회 정상화 난항 속이 타는 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5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중요 현안으로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와 국회에 제출된 지 한달이 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꼽고 있다. 애초 여야 원내대표는 5일 오후 만나 보수야당이 요구하는 ‘드루킹 특검’ 도입과 여당이 원하는 ‘판문점 선언’ 지지 국회 결의안 및 추경예산안 처리를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폭행사건으로 자유한국당은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고, 바른미래당 역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8일 의원총회 개최를 알리며 “민주당이 끝내 국회 정상화 및 특검을 거부할 경우에는 특단의 대책과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숙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에 대비하여 화요일(8일) 출근 시에 침낭과 모포 등 침구류, 세면도구, 간편복 등을 준비해주시기 바란다”며 장외투쟁 가능성도 시사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7일에 만나 5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일괄타결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김태규 이정훈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