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의원총회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의원들은 더이상 침묵말라.”
“당에 침 뱉고 나갔던 김성태는 사퇴하라.”
“당 깨려고 복당했냐?”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정되기 전 마지막 의원총회장 앞은 사뭇 ‘결전’을 앞둔 비장함이 감돌았습니다. 오는 17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의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의결을 앞두고 마지막 의총을 연 가운데,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당 의원들을 향해 ‘김성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 회원들이 든 손팻말에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복당파들을 비난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이날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비상재건행동 회원들은 의총장 입구 앞에 서서 입장하는 의원들에게 김성태 사퇴 유인물을 나눠줬습니다. 이들은 당협위원장이거나, 전직 당협위원장, 당원들로 의총장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뒤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파갈등이 격화한 상태입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혁신에 방점을 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비상대책위원회의 권한과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당대회를 속히 치러서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후자를 ‘친박’으로 규정하며 당의 혁신을 막고 있다고 비난하고, 후자는 전자를 ‘복당파’라고 부르며 “당이 싫어 나갔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당을 망치려 한다”고 주장하며 계파갈등 양상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서 있는 의원들도 많습니다. 반드시 비상대책위원회를 반대한다고 해서 ‘친박’인 것도, 비대위원장 선임의 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고 해서 당 혁신에 반대하는 것도 아닌 복잡한 상황입니다.
16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비상재건행동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의총장에서도 유인물을 받는 모습에 따라 각자의 처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재철 의원은 비상재건행동의 유인물을 받았습니다. 당 내 중진인 심 의원은 직전 의총에서 김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며 충돌을 빚은 바 있습니다.
안상수 혁신비대위원회 준비위원장은 비상재건행동 회원이 따라와 내미는 유인물을 받았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함께 입장하던 박대출 의원은 발걸음을 살짝 늦추고 유인물을 받고 미소를 띄었습니다.
반면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유인물을 받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함 정책위의장은 한때 친박으로 분류됐던 재선 의원이지만, 김성태 원내지도부 출범 때부터 지도부에 합류해 당 일을 보아 오고 있습니다. 이에 비상재건행동 회원은 함 정책위의장에게 따라붙어 유인물을 받으라는 듯 말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복당파 출신인 황영철 의원은 유인물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듯 앞만 쳐다보며 발걸음을 빠르게 해 지나쳤습니다. 따라붙는 비상재건행동 회원은 없었습니다.
16일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의원총회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하는 가운데 굳은 표정의 황영철 의원이 의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마지막으로 의원총회 시작 직전 김성태 권한대행이 의총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비상재건행동 회원들이 바짝 붙었습니다. 한 남성당원이 가까이 달려오자 주변에 대기하던 당직자들이 긴장하며 제지했습니다. 김 권한대행은 앞만 바라본 채 의총장으로 바로 입장했습니다.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이날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16일 오전 11시 현재까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는 현재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아시아경제연구소 이사장, 김성원 의원, 전희경 의원이 올라 있습니다. 이용구 당 사무감사장은 비대위원장 선임 절차에 반발해 자신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일부 친박계는 ‘전국위 소집 자체가 무효’라며 맞서고 있지만,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17일 11시로 전국위원회가 공고돼 있어 확실히 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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