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중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4명의 차관급 인사도 함께 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석수(55)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임명이다. 검사 출신인 이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친인척 등 측근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특별감찰관이었다. 이 실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사건을 가장 먼저 감지했다. 2016년 7월, 대기업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을 종용한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처가 땅 특혜 거래와 아들의 의경 보직 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나 우 수석의 반격으로 그해 8월 검찰에 고발(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되고 압수수색까지 들어오자 특별감찰관직에서 물러났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청와대 제공
1989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한 이 실장은 20년 동안 주로 공안사건 수사를 맡은 ‘공안통’이었다. 1998년 서울지검 공안1부 검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한 이른바 ‘총풍’ 사건(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그는 “공안검사이지만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는 이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에서 특검보로 활약했다.
청와대는 이 실장이 “국정원 개혁을 뚝심있게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원에 들어가서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개혁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에 필요한 덕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영입한 양향자(51) 전 최고위원이 임명됐다. 호남 출신 양 원장은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까지 오른 이력 때문에 2016년 1월 입당 당시 화제를 모았다. 그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 서을에 전략공천돼 천정배 의원과 맞붙어 낙선했고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주로 관료 출신들이 맡았던 인재개발원장에 그를 기용한 것은 ‘문재인 영입 인사’를 배려한 조처로 보인다. 양 원장은 2017년 3월에는 삼성 반도체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반올림’을 향해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고 주장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왕정홍(60) 감사원 사무총장은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왕 청장은 감사원에서 29년 동안 근무하며 재정·경제감사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재정·금융 분야 감사 전문가다. 문 대통령의 경남고 6년 후배다. 청와대는 “고질적인 방위산업 비리를 척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방위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관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 문화재청장에는 정재숙(57)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가 선임됐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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