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예산안을 선거구제와 연결시켜서 통과 못 시키겠다는 것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할 거면 선거구제 논의할 필요도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 사랑재에서 3일 열린 초월회(국회의장-5당대표) 오찬 모임에서 이해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발언으로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이 대표였지만 보름만에 야당 대표들과 얼굴을 맞댄 그의 목소리엔 노기가 서려있었다.
이 대표는 식사 전 공개 발언에서 “30년 정치했는데 선거구제와 예산안을 연계시켜 통과 안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의장이 “처음부터 까끌까끌하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 대표는 “연계시킬 걸 연계시켜야지 뭐하는 거냐”며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연계 처리’ 방침을 밝힌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거듭 겨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해찬 대표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를 달랬지만 “협치라고 하는 건 주고받는 것”이라며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대통령도 말씀했다. 국회 안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 막강한 권한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 여론에 귀를 열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부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며 이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130석 가지고 470조 예산 처리 못하는 것 사실 아니냐. 결단하면 된다. 대통령 팔 걷어붙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저도 의원의 한 사람으로 예산 문제 긴급하고 중요하고, 법정시한 지켜야 한다는 소신과 원칙 가지고 있다. 선거제도 문제도 이만큼 긴급한 일이다. 왜 자각 못하는지 안타깝다”며 “대통령께서도 5당 대표 불러서 이럴 때야말로 승부사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예산안 처리만큼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야당 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요구하자 자리를 주재한 문희상 의장이 “대통령 얘기를 왜 이렇게 하는지 자존심이 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의장은 “우리가 못할 게 뭐 있다고 대통령 타령이냐. 여기서 결심하면 된다. 5명이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하고 합의하면 대통령도 마다하지 못한다. 선거제도 개혁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야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 만나, 순방에서 돌아오는 문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4일에는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공동 농성을, 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태규 김규남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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