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법원에서 ‘드루킹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꼽혔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돼 30일 구속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정부 비방성 댓글의 추천수 등이 조작되고 있다며 고발했다가 오히려 ‘김경수 구속’의 파장을 떠안게 된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법원의 보복성 판결’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민주당의 떠오르는 차기 대선주자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고 두 차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도우며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렸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는 ‘친노무현·친문재인 세력’의 핵심 정치인이었다. 특히 지난해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로 차기 대선 경쟁에서 낙마한 뒤 김 지사에 대한 여권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깨끗한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젊은 지도자(올해 52살)라는 점도 강점이었다.
그러나 정부 비방 댓글을 포털사이트에 조직적으로 달았던 ‘드루킹 일당’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 김경수 지사의 지시로 2017년 대선 때도 여론조작 작업을 했다는 주장이 지난해 4월 나오면서 김 지사는 궁지에 몰렸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는 당 내부의 경남지사 선거 출마 요구를 수용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해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야당의 요구로 시작된 특검 수사와 기소를 피하진 못했다. 그리고 법원은 ‘불법적인 여론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그의 주장과 달리 특검의 수사 결과를 인정했다. 법정에서 구속된 김 지사는 항소심 등에서 뒤집기를 통해 정치적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김 지사는 이날 1심 선고 뒤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한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김 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민주당은 충격 속에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정구속은 생각 밖이라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도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직접 판결을 지켜본 박광온 최고위원은 “(재판부가) 드루킹과 특검 얘기를 다 받아들였고 김 지사의 소명은 다 배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측근 재판장의 역습’이라는 의심을 드러내며 반발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가 부족한 억지논리를 스스로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며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당시 별안간 (김 지사에 대한) 선고기일이 연기된 것을 두고 무성하던 항간의 우려가 여전히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에선 ‘보복 판결 논란’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김경수 유죄는) 당혹스럽고 뜻밖이고 의외”라면서도 “판사가 어떤 증거를 믿고 안 믿고는 자기 마음이다. 이를 자유 심증주의라고 한다. 재판장을 적폐판사로 모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규 송경화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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