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이낙연 현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라는 두 개의 훈장을 달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과 정부 지지율에 기대지 않고 본격적인 ‘홀로서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어제 주례회동 직후 ‘총리도 이제 자기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내일 직접 (후임 지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이낙연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전한 셈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이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의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이 총리를 지원했다. 다만 이 총리는 향후 구체적인 행보에 관해서는 “당의 생각도 있어야 될 것이고, 후임 총리 임명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여권에서는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총리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총리는 당의 여러 약점이나 어려운 점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본인의 사명으로 느끼고 있다”며 “당이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것이고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 쪽은 내년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후보들의 득표를 지원한 뒤 이를 토대로 당내 지지기반을 만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총리가 이해찬 대표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좋으니 당으로 돌아오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지역구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 총리처럼 전국단위 선거 지원에 나설지, 상징적인 지역에 출마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 전·현 정부 국무총리 출신이 맞붙는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후임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과정이 이 총리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6일까지 인사청문특위가 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후임이 없는 상황에서 사퇴할 수도 있지만, 총리를 공석으로 두는 것 역시 이 총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완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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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세균(69) 전 국회의장 지명이 발표된 17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