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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터뷰] 정 총리 “국내 코로나 안정화 과정…역유입 차단 최선”

등록 2020-03-17 04:59수정 2020-03-17 07:13

초중고 개학, 연기에 무게
2주 정도 추가 연기도 가능

확진자 처음 나왔을 때
마스크 수출 금지했어야 했는데…
똑같은 시행착오 없도록 대비할 것

지금 경제는 IMF 때보다 심각
정부, 금융지원 등 역량 총동원
경제기반 무너지지 않게 도움 줘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승근 <한겨레>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승근 <한겨레>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에 머물며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주말 서울로 올라온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국무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 총리를 만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적 파급효과, 코로나 역유입 차단 대책 등을 물었다.

―지난달 25일부터 대구에 머물며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웠다. 이례적인데.

“지난달 23일 심각 단계로 상향을 하고, 대구·경북 상황을 보니 진짜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들이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할 것 아니냐. 국가적 자원을 동원하고 돈을 쓰는 게 중요하지만 돈을 드리지 않고도 대구·경북 시민에게 안정감을 줄 길이 있다면 그것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대구에서 성과를 꼽는다면.

“메르스 사태 때 186명의 환자가 생겨 38명이 사망했는데 이번엔 하루 수백명씩 (확진 환자가) 나왔다. 우선 자원을 빠른 시간에 총동원해야 하는데 자치단체 역량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우선 의료인력을 충원하고 마스크나 의료진 보호장구 등 물자를 동원했다. 평시에 병실을 몇 개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감염병 확진자용 병실을 만들고 확보했다. 그래도 확진자가 늘어 병실은 조금 중한 환자에게 배정하고, 경증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해서 모시도록 체계를 바꾸었다. 대응체계를 안 바꾸면 그냥은 안 되는 일들이다. 일주일 정도 전문가들이 먼저 나가서 말씀하시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해 병실 2800개, 생활치료센터 5000개 정도를 확보했다. 이런 일을 했다.”

―대구 시민의 품격을 봤다고 평가했는데, 직접 본 시민의 대응은 어땠는가?

“차분하고 시민들이 동요가 없었다. 불안할 텐데도 정부의 결정, 자치단체의 요청에 적극 협조했다. 사재기도 전혀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어떤 대응보다도 훌륭했고, 외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품격을 보여줬다. 제가 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가면 시민들이 저를 수고한다고 격려했다. 과거 국채보상운동 2·28민주화운동에서 보여준 대구 시민의 저력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감사하다. ”

―외국에선 한국의 신속한 진단 능력, 의료·방역 시스템에 대한 호평이 잇따른다. 그런데 정작 우리 내부에선 평가가 인색한데.

“정부는 국민을 잘 섬기는 일이 우선이고 그 평가는 나중에 종합적으로 잘한 일, 잘못한 일 가려서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귀감을 만들면 된다. 당장 국내에서 비판하고 그런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그냥 묵묵하게 할 일을 하겠다.”

―지난 두 달을 돌아보면 가장 뼈아프게 느껴지는 게 무엇인가?

“초기에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마스크만 해도 처음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 수출금지를 딱 했어야 했다. 그런데 심각 단계로 올린 다음에 수출을 금지했다. 감염병 환자가 처음 생겼을 때 필요한 장비나 물자의 외부 반출을 막고 오히려 수입하는 게 매뉴얼이 되었어야 했는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됐다. 그런 점을 반성하고, 똑같은 시행착오가 없도록 대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비판받은 ‘마스크 대책’ 혼란의 원인은 뭔가? 정부가 가수요를 촉발한 것 아닌가?

“마스크는 국민 소통의 실패다. 처음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런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실상을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야 했다. 작년 같은 때는 국내에서 하루에 200만~300만장 정도 썼다. 미세먼지 있을 때 그 정도 쓰고, 지하철에선 마스크도 안 썼다. 코로나19 사태가 생겼을 때 그냥 마스크 써라 써라 한 거 아니냐. 마스크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쓰라고 해야 하는데, 뒷감당할 상황을 체크하지 않은 채 정부도 전문가도 전부 다 쓰라고 하고 본인들도 쓰고 다니는 게 마스크 쓰라는 신호가 아닌가. 국민 소통의 실패다.”

―개선책은 있나?

“현재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난 금요일에는 1400만장이나 생산했다. 공급 역량은 조금 더 확대할 작정이다. 일 1500만장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또 면 마스크 비롯해 꼭 최고급 보건용 마스크 필요하지 않는 국민들은 대용 마스크를 활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마스크 문제는 해결 될 것이라고 본다.”

―초기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중국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심을 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이 뭐냐. 신천지 사태다. 그냥 (중국) 전체를 입국금지했으면 신천지 사태가 없었겠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중간에 추가 입국금지를 해볼까도 많이 고심했다. 만약 중국 전역을 입국금지시켰다면 중국이 어떻게 할까. 대한민국이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가장 큰 첫번째 나라다. 수출을 25% 이상, 수입을 20% 한다.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하나 안 들어오니까 현대기아차가 섰다. 그게 한-중 관계다. 외교나 이런 대부분은 상호주의가 작동을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을 내다보고 고심을 했지만, 안 한 것이다. 대신 그런 우리 현실 때문에 그냥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특별입국절차를 만들었다. 이탈리아나 체코를 다녀온 확진자를 공항에서 4명이나 확인됐다. 이런 조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을 닫지 않고도 방역이 작동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나라 같은 개방경제 체제, 외국과 경제협력 없이는 경제가 유지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그런 게 필요하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에서 확진자의 ‘역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모든 노력을 다해서 국내 상황을 안정시키는 과정에 있는데 외부에서 다시 코로나19가 들어오면 지금까지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간다. 우선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면서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해서 적시에 조치할 생각이다. 현재 특별입국절차로 충분할지, 후베이성에 했던 것처럼 입국을 금지할지, 아니면 격리할지, 이런 부분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더이상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도록 하겠다.”

―한국발 외국인 입국제한을 두는 곳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업상 긴급한 경우 등 입국제한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상대국과 협의하라 했는데, 관련해 구체적 성과가 있는가?

“진전이 있다. 내가 기업인들에게 ‘코로나 감염이 없다는 서티피게이트’ 같은 것을 내줘서 출장을 갈 수 있도록 제안을 했더니, 그것을 시비를 거는 신문도 있었다. 실제로 대통령께서 공감하시고 외교부에 역할을 하도록 지시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전화도 하고, 그래서 성과가 좀 있다.”

―구체적으로 나라를 적시할 수 있나.

“그게 상대국 입장에선 방역 예외 조치 비슷한 것 아니냐. 그쪽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몇 나라에서 실제로 급하게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그런 성과가 있었다. 조금 더 지나면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 들어오는 게 문제지 우리가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역전될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 초중고의 개학을 추가 연기하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더 늦출 가능성이 있나?

“곧 발표할 텐데,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면 좋겠다. 개학과 관련해서 수업일수를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과감하게 휴교를 끝내는 방법도 있는데,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감염병 전파를 막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방학을 줄인다든지 대책이 있을 수 있어서 개학 연기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개학을 연기하며 상황을 볼 것인가?

“한 1~2주 정도 (연기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수업일수를 못 채우면?

“정부 차원에서 결정하면 10% 단축할 수 있다. 그리고 방학을 조정하면 별문제 없이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학교도 학원도 못 가서 대책이 없다며 답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재는 감염병을 예방하는 노력이 최우선해야 하고, 수도권에서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 학원이나 학교 수업을 하면 다 만나야 하니까, 이럴 때는 용감하게 문을 여는 것보다 조금 조심스럽게 주의를 더 기울이는 게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해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아이엠에프 외환위기를 직접 겪었는데, 그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제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개방경제 체제라 내부도 문제지만 중국, 미국, 일본, 아세안 등 외부 형편이 어떤가가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해도 내수 규모가 작아 상대국들의 문제가 심각하면 경제협력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고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제로금리에 들어갔다. 우리도 통화정책까지 포함해 총력 체제가 필요한 상황 아닌가?

“물론이다. 정부가 금리 이야기는 못 하지만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을 해줘야 한다. 자영업자,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이 이 위기를 버틸 수 있게 긴급 지원을 하고, 다른 산업에도 금융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국가경제의 여러 부문 산업들이 잘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나와 있는 금융조치 말고, 추가적으로 준비하는 게 있나?

“현재 추경 등 세차례에 걸쳐 31조6천억원을 집행할 대책을 세웠다. 2월12일 4조원, 28일 16조원, 추경 11조7천억원이다. 지금 당장 추가적으로 뭘 생각하기보다 그것을 제대로 집행하는 게 우선이다.”

―‘재난기본소득’ 이슈가 제기됐는데, 정부는 아직 소극적이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열어놓고 접근할 수도 있나?

“국민 세금으로 빚을 내서 채권을 발행해서 재원을 충당해야 하는데 1인당 100만원 주려면 50조원이 든다. 50조원을 빚을 내서 줬을 때 그게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민 전체에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시적으로 기본소득 성격을 지탱하는 건 적절한데,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추경도 빚내서 하는 건데 그렇게 큰 돈을 국민 빚으로 늘리기는 곤란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96만가구에 월 30만원씩 두달간 상품권 6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생활지원 자금을 추경에 반영해달라고 한다.

“정부가 반영을 하는 게 아니라 여력이 있는 곳이 자체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전주시, 화성시는 자체적으로 한다.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 뒷받침하겠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 없는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현재 관련 연구는 어느 단계인가?

“치료제 쪽은 더 활발하고, 백신은 조금 더디다. 치료제의 경우 기존 있는 것들 말고 효과가 있는 새로운 게 있다고 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한테 보고를 받긴 했는데, 아직 공개하기는 그렇다.”

신승근 논설위원, 이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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