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청약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마감한 서울 반포의 101㎡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408 대 1, 대구의 84㎡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91 대 1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거래가 위축되긴 했어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에 불안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턱없이 오른 가격에 아우성치는 수요자들을 위해 여러 공약을 내놨다. 과거 ‘뉴타운’을 연상하게 하는 재개발 공약부터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공약, 무주택자와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 공약까지 정당별로 정책 차이가 뚜렷하다.
미래통합당의 공약은 ‘빚 내서 집 사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정책과 줄기가 다르지 않다. 노후 공동주택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부동산 대출 조건 완화를 통한 공급 활성화를 노린다. 그러나 이런 규제 완화 조처는 아파트값 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고가 주택 기준을 시세 9억원 초과에서 공시지가 12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논란거리다.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일부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지가를 올려 보유세를 현실화했는데, 최근 5년 사이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이에 반발해 공시지가 인상에 대한 집단 이의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보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공급 확대에 집중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공약”이라고 했다. 3기 새도시(5만호), 지역거점도시 구도심(4만호), 용산 코레일 부지 등 국공유지(1만호)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민주당 공약의 핵심이다. 공공주택과 맞춤형 금융지원 대상을 각각 100만가구로 확대하는 것도 포함했다. 이에 대해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이 다양한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보편적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번 총선에선 청년·신혼부부로만 한정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청년·신혼은 집을 살 여력이 없다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공급 물량만 늘렸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반의반값 아파트’를 해마다 10만채씩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공공택지를 직접 개발하고 건축비 거품을 제거한 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세입자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전세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해 최소 9년 동안 살 수 있게 하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민생당도 저렴한 ‘토지임대부’ 공공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20평형 기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1억2천만원에 월 토지 임대료 31만원 정도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런 토지임대부 방식에 대해선 과거에 실패한 ‘반값 아파트’를 선거를 앞두고 재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아파트 평균가격이 60%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각 당의 정책이 방향성이 다를 수 있지만 총선 공약을 시장 상황에 맞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황 변화를 도외시한 채 장기 침체기에 맞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거나,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으로 ‘상황 관리’만 하려고 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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