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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적장 황교안’ 잡은 이낙연, 대선 가도 다지기 나서나

등록 2020-04-15 20:10수정 2020-04-16 02:39

‘종로대전’ 이변은 없었다
줄곧 우위 지키며 여유있게 당선…‘여권 차기 대선주자’ 경쟁력 각인
“국가적 재난 극복 막중함 느껴, 국민의 명령 받들어 책임 다할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가 15일 밤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뒤 받은 꽃다발을 양손에 들고 서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가 15일 밤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뒤 받은 꽃다발을 양손에 들고 서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변은 없었다.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밤 10시30분 기준(개표율 65.66%)으로 58.2%를 득표해 40.2%에 그친 황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섰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그로선 ‘대세론’ 확산에 필요한 고개 하나를 넘은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밤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인사를 통해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국민 여러분께서 코로나19가 몰고 온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고 세계적 위기에 대처할 책임을 정부 여당에 맡기셨다. 그런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게 이번 승리는 국회의원 선수를 하나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쳐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지켜온 제1야당 대표에게 넉넉한 표차로 승리했다는 것은 여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선 카드라는 인식을 지지층 사이에 각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 종로 지역구에 매이지 않고 전국 각지로 지원유세를 다닌 것도 그에겐 중요한 정치 자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서간 그는 경기·부산·경남·충남·충북·경북을 돌며 경합 지역 판세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탰다. 수도권 경합 지역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이 총리가 지원유세를 펼쳐준 게 선거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됐다. 우리로선 큰 빚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간판이 누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자리다. 대선 가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당내 세력 구축이 절실한 이 위원장은 직접 당대표에 출마하거나, 당내에 우호 세력을 만드는 기회로 전당대회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40여명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별다른 당내 세력 기반이 없었던 이 위원장에게 총선 때 그의 도움을 받은 후보자들은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민주당 내 이낙연 우호 세력으로 설 공산이 크다.

당의 열성 지지층인 친문재인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남아 있는 과제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낙점되기 전까지는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지 않았다. 한동안 민주당 안에선 ‘손학규계’로 분류된 그가 총리로 발탁된 것도 문 대통령의 ‘호남 민심 다독이기’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서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장기 총리를 마쳤다.

문제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친문 세력의 ‘용인’ 아래 문 대통령의 후원을 업고 영향력을 키워온 이 위원장으로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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