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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거대 양당 비례대표 나눠먹기…위성정당 심판 없었다

등록 2020-04-15 21:28수정 2020-04-16 02:42

출구조사로 본 ‘비례’ 표심

민주·통합당 위성정당
비례의석 상당수 가져가

소수당 원내진입 길 넓힌
준연동형비례제 정치 실험
‘꼼수 양당’에 맥없이 좌절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인쇄소에서 한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인쇄소에서 한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전체 300석 가운데 47석을 차지하는 4·15 총선 비례대표 투표 결과는 비례위성정당을 내세운 여야 거대 정당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총선 뒤 준연동형 비례제의 개선 등 선거법 개정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비례대표 개표 현황(오전 2시 기준·개표율 40.4%)을 보면, 미래한국당은 35.5%, 더불어시민당은 32.6%, 정의당은 8.8%, 국민의당은 6.3%, 열린민주당은 4.9%, 민생당은 2.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통합당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비례 의석 대부분을 가져갈 전망이다.

이번 비례대표 선거는 35개 정당이 후보를 내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달해 자동개표기를 사용할 수 없다. 수개표로 진행되는 만큼 지역구 선거 결과보다 훨씬 늦게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몇석을 확보하느냐와 민생당이 3%(비례의석 최소 배분 기준)를 넘기느냐에 따라 비례의석 배분도 달라진다.

앞서 투표가 종료된 뒤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방송>(KBS)이 내놓은 예측 보도를 보면, 미래한국당은 17~21석, 더불어시민당은 16~20석, 정의당은 5~7석, 국민의당은 2~4석, 열린민주당은 1~3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미래한국당에선 전주혜(비례순번 15번)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정운천(16번) 최고위원, 서정숙(17번) 전 한국여약사회장 등이 당선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시민당은 자체적으로 뽑은 시민사회 후보와 연합정당 후보 등 10명과 함께 민주당에서 건너간 후보들 가운데 김홍걸(14번)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양정숙(15번)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전용기(16번) 전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까지 국회 진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의당 후보들 중에선 배진교(4번) 전 인천시 남동구청장, 이은주(5번) 서울교통공사 역무원과 함께 ‘땅콩회항’을 폭로한 박창진(6번) 전 대한항공 승무원까지 국회 입성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측근 권은희(3번) 의원 선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돌풍이 예상됐던 열린민주당은 막판에 더불어시민당으로 표가 결집하면서 김의겸(4번) 전 청와대 대변인도 당선이 쉽지 않다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법 개정의 취지는 완전히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선거법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낸 정당을 제외한 소수정당의 지지표가 모조리 사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구 당선 숫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이를 통해 유권자 표심이 국회의원 의석수에 더 가깝게 반영돼 다양한 군소정당에 원내 진입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쓰자 여당인 민주당마저 비례정당 창당에 합류했다. 유권자들은 ‘반칙’에 대한 심판보다는 표를 몰아달라는 여야 거대정당의 주장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내건 정의당은 기대보다 적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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