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이 ‘정권심판론’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선거가 ‘중원 싸움’이란 점을 감안하면, 중도층에서 확산되는 ‘심판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의 패배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도층 민주당 지지도 1주일새 14%p 급락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이틀 동안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3.1%포인트) 결과를 보면, 중도층의 쏠림 현상이 확연하다. 전반적인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32%, 국민의힘은 3%포인트 상승한 29%로 나타났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진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정당 지지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도 중도층에서 나타났다. 중도층의 정당 지지도는 지난주 민주당 40%, 국민의힘 21%였는데, 이번 주엔 민주당 26%. 국민의힘 29%로 역전됐다.
4·7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도 중도층에서 67%를 기록했다. 여당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25%)을 압도한 것이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보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스캔들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도층의 이탈 현상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지난 3월3주차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3.6%포인트 떨어져 최저치인 34.1%, 부정평가는 4.8% 올라 최고치인 62.2%를 기록했는데, 중도층에서는 긍정평가가 5.2%포인트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6.1%포인트 올랐다. 중도층의 변화폭이 더 가파른 셈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도 중도층에서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여당에 표를 주겠다’는 중도층의 응답이 46%,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에 표를 주겠다’는 응답이 44%로 팽팽했지만, 12월부터는 심판론이 줄곧 앞서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박근혜 탄핵 이후 진보가 우세했던 여론 지형이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중도층이 흔들리고, 최근 엘에이치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보수로의 급격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정권 시절의 여론 구도로 회귀한 것으로, 대선 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이다”라고 진단했다.
탄핵 이전으로 회귀…대선까지 이어질 흐름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것을 잘못 해석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탄핵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야당에 대한 환멸이 여당에 대한 잠정적 지지로 이어진 것이었는데, 민주당은 이를 자신들의 ‘실력’ 덕분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박원순·오거돈 사태로 심판론 확산의 계기가 마련됐고, 이후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다가 엘에이치 사건으로 불이 당겨진 것”이라고 짚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리얼미터 누리집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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