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5·2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자 폭탄’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일부 전당대회 후보들이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 공략을 위해 문자폭탄 행위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한 의원들에게는 인신공격성 내용을 담은 항의 문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자폭탄을 보내는 2천∼3천명의 강성 지지층들에 70만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가 있는데 강성지지층들은 별로 인정을 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께도 묻고 싶다. 왜 문파(강성 지지자)들만 과도하게 신경을 쓰냐”는 글 때문에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한 당원들의 적극적 의사 표시를 권장해야 한다’는 김용민 최고위원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조 의원은 이를 두고 “그동안 전당대회에서 박주민·김종민 의원 성공 방정식이 있었다”며 “(김용민 의원은) 그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지지에 힘입어 박주민·김종민 의원이 최고위원 1위로 당선됐던 경험에 따라 김용민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권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 의원은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당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이다. 그쪽 일당들하고 다같이 탈당해서 민주당 이름 더럽히지 마라”는 등 당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친문 주류를 향한 비판을 봉쇄하는 이런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 10∼20명 규모의 당내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자 폭탄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의원들이 제 주위에 엄청 많다. 이들과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여러 의원들을 모아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비주류와 쇄신파가 생겨야 내년 대선에서도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문 성향의 의원들은 ‘문자 폭탄’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욕설이나 인신모독이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원들이 소속 의원들에 본인 의사를 표현하는 것 정도라면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며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