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7월 부산 부경대 창업카페에서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현금복지’가 아닌 ‘기회복지’를 강조하며 ‘새 판짜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잠재적 대선주자로 언급했던 김 전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김동연 띄우기’ 뒤 그가 야권후보로 인식됐지만 여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에 갈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20일, 빠른 취업을 희망한다는 고3 소녀가장의 바람과 폐업을 앞둔 수제비집 사장님의 사연을 페이스북글에 담아 “복지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되물었다. 김 전 부총리는 “국제적 기준이나 양극화 수준을 볼 때 복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당장 북유럽 수준으로 복지를 늘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현금복지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현금 중심 복지 공약을 비판한 셈이다. 김 전 부총리는 이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현금복지가 아니라 기회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많고 더 고른 기회’를 통한 공정한 경쟁으로 “학생·청년·자영업자, 수많은 흙수저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하는 사례로 △혁신창업 지원과 인적자본 확충·강화에 더 많은 재정 투입 △고졸·지방대 출신 취업 대폭 확대 △저소득층에 교육·주거 기회 보장 등을 들었다.
김 전 부총리는 ‘기회복지’가 “우리 경제 사회의 틀과 제도, 의식의 총체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며 “새 판을 짜는 경장(更張)”도 강조했다. “고쳐서 확장한다”는 경장의 의미를 ‘새 판짜기’라고 부연한 것으로,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상황에서 판을 흔드는 식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이에 앞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부총리는 절대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 스스로가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라고 말씀을 하셨고, 저한테 말씀하실 때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신의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김 전 부총리와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은 퇴행적이며 산업화의 기득권 세력, 민주당은 혁신이 필요한 민주화의 기득권 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은 가지 않을 것으며 민주당이 재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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