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모델와이는 올해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테슬라 홈페이지
5년 만에 10배, 10년 만에 100배.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금융 투자 분야에서나 봤음직한 성장 지표가 제조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산업에서 실현되려 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천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망대로라면 세계 전기차 산업은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첫 승용 전기차 ‘모델 에스(S)’를 내놓고 세계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모델 에스가 처음 출시된 2012년 세계 전기차는 처음으로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시장분석업체인 블룸버그NEF는 최근 분석가들의 예측을 종합한 결과,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천만대를 넘어 10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660만대보다 60%나 많은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기차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높아져, 시장점유율이 두자릿수대에 안착할 전망이다. 2017년 100만대를 넘어선 지 불과 5년 만에 10배가 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블룸버그는 전기차의 급성장세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속속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크게 넓어진 점, 다른 하나는 배기가스 규제와 보조금 지급이라는 당국의 채찍과 당근 병행 정책이다.
한국도 2배씩 성장…노르웨이, 90%가 전기차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은 중국으로, 연말까지 약 600만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올해까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어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을 30% 줄였지만 3대 전기차 업체의 1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0~120% 늘었다. 중국에 이어 유럽이 320만대, 미국을 비롯한 북미가 1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의 거의 2배인 19만28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전기차 판매량이 두배로 늘어 처음으로 10만대를 기록했다. 한 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가 10만대를 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7개국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나든다.
전기차 모델 중에서는 테슬라의 모델 와이(Y)가 가장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전기차 중 SUV 차종인 ‘모델 와이(Y)’가 약 80만대로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모델 와이는 전기차 중 처음으로 세계 베스트셀러카 5위 안에 들게 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는 지난해 93만6천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2020년보다 87%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텍사스 오스틴과 독일 베를린에서 새 공장이 가동되고 캘리포니아와 중국 상하이 생산시설이 확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상용 전기차는 지난해 15만4천대에서 75% 늘어난 26만대에 이를 것으로, 충전시설은 지난해 180만개에서 올해 말 27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수급 상황.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올해 전기차 시장의 복병은 반도체와 배터리 및 원료 공급 사정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불거지기 시작한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연 사태가 여전히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배터리의 경우엔 제조 시설은 충분하지만 리튬, 니켈 같은 원료 공급은 빠듯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에 따라 원료가격이 오르면서 그동안 꾸준히 이어지던 배터리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주요 광물이 모두 공급 부족 속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급안정화지수가 불안 또는 위기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배터리 평균가격을 3달러(kWh당)가 오른 135달러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은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 가격과 비슷해지는 시점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2년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해지려면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kWh당)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