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한반도 야경. 2014년1월30일 촬영한 것이다. NASA 제공
지난 한 해 한반도는 격랑의 바다와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로 인한 갈등은 지뢰밭을 걸어다니는 듯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허둥대지 않고 격랑의 시기를 "조용하고 품위있게" (영국 <이코노미스트>) 헤쳐나갔다. 상시적인 핵재앙 위협 아래서도 한국인들은 지난 10년간 쌓여온 폐단들을 걷어내는 길에 큰 걸음을 내디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해는 좀 더 평화롭고 공정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위성에서 촬영한 한반도의 여러 표정들이 오늘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준다. 인간이 이룬 남과 북은 다른 모습이지만, 자연이 품은 한반도는 하나다. 남과 북의 같고도 다른 모습들을 보면서 새해엔 남과 북의 주민들이 모두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이 사진들은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지구관측위성이 촬용한 것들로, 나사 웹사이트 지구관측 페이지(earthobservatory.nasa.gov)에 공개돼 있다.
맨 처음 두 장의 사진은 남북한의 경제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맨 위에 있는 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한반도의 야경이다. 2014년 1월30일 제38차 원정대의 일원이 촬영한 것으로, 그 해 <로이터>가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한 사진이다. 아래 사진 역시 남북의 밤 풍경을 잘 대비해 보여준다. 2012년 9월24일 미국의 기상관측위성 수오미NPP가 촬영한 것이다. 왼쪽 아래 흰색 네모선 안의 불빛은 어선들이다. 삶을 위해 밤을 밝히는 생활 현장이다. 도시의 조명 빛으로 전국이 불야성을 이룬 남쪽과 달리 북한쪽은 칠흑같은 어둠에 묻혀 있다. 육지와 바다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구분이 가지 않아 한반도 남쪽 땅이 섬처럼 보인다. 소비하는 전기량이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이런 극단의 모습이 나타날까?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인당 전기 소비량은 남쪽이 1만162킬로와트시, 북쪽은 남쪽의 7%에 불과한 739킬로와트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예상치는 1조5300억달러다. 세계 11위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북한의 GDP는 280억달러(2016년)다. 1인당 지디피는 남한이 3만달러에 육박하는 반면 북한은 1300달러에 불과하다. 북한 인구는 남한의 절반으로 남쪽의 수도권 인구와 비슷하다.
불타는 한반도
빨간 점이 화재 지역이다. 들판과 초원은 밝은 갈색이다. 낮은 고도의 숲은 초록색이지만 더 높은 고도의 숲은 아직 갈색을 띠고 있다. 많은 화재가 강가의 농경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농사 수확물의 부산물과 흔적을 태워 없애고 올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절차다. 일부는 산불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산불의 최대 주범은 이것이 아니다. 노후된 전력선이라고 한다.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아쿠아가 2014년 4월25일에 촬영한 것이다. 이 위성에는 고분해능 기상센서 모디스(MODIS)가 탑재돼 있다. 이 센서는 이 당시 북한에서 수십차례의 화재를 감지했다.
흰눈이 포위한 한반도
미국의 또다른 지구관측위성 테라(Terra)가 2016년 1월25일 촬영한 한반도 폭설 사진이다. 한반도 주변 해상과 중서부 전역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제주엔 12cm의 눈이 쌓여 수일간 공항이 폐쇄되고 8만6천여명의 여행객들 발이 묶였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4월
봄을 맞은 4월의 한라산과 백두산 모습이다. 한라산 주변은 푸른 빛을 띠고 있으나 백두산 주변은 여전히 흰눈으로 덮여 있다. 백두산은 서기 946년 무렵에 격렬하게 폭발했다. 그 때 생겨난 칼데라가 바로 백두산 천지다. 마지막 분출 기록은 1702년이다. 백두산은 대륙 지각판 근처에 있는 다른 화산과 달리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화산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유라시아판과 오호츠크판 또는 필리핀판의 경계는 50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다. 지질 나이 2백만년으로 추정되는 한라산의 마지막 분화 기록은 1007년이다. 깎아 지른 듯한 백두산과 달리 한라산은 방패처럼 낮고 넓은 게 특징이다. 백두산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것이며, 제주도는 랜드샛7호 위성이 2000년 4월6일 찍은 것이다.
태풍 속의 한반도
동남아시아에서 올라온 태풍 덴빈(TEMBIN)이 한반도를 뒤덮은 모습이다. 이 해엔 근년 들어 가장 많은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2012년 8월25일부터 30일까지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잇따라 상륙하면서 남북한이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남쪽의 재산피해액은 6365억원으로 추정됐다. 8월30일 아쿠아 위성이 촬영한 사진이다.
불타는 비무장지대
1953년 휴전과 함께 생겨난 비무장지대(DMZ)의 모습이다. 군사적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비무장지대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성 사진에는 화재 흔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람도 살지 않는 곳에 무슨 연유일까? 이 화재 흔적은 남북한 양쪽의 군사 감시 활동의 일환이다. 남북한 당국은 2001년 비무장지대 희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긴박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을 놓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후 비무장지대의 화재는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왼쪽 사진은 2000년, 오른쪽 사진은 2003년의 비무장지대다. 2000년엔 비무장지대 거의 전역에 걸쳐 화재 흔적이 있으나 2003년에는 그 범위가 많이 축소됐다. 사진은 미국의 랜드샛7호 위성에 탑재된 센서가 2003년 4월6일(위)과 2000년4월29일(아래)에 찍은 것이다.
어둠 속의 한반도
태양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온 중국 동부와 한국 일본의 모습이다. 나사의 테라위성이 2009년 7월22일 오전 11시10분 동북아 상공을 통과하며 찍은 것이다. 이날 달은 태평양상에서 6분 이상 해를 완전히 가렸다.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고 한다. 새해의 한반도엔 어둠이 내리지 않기를….
*나사의 지도 원본에 ‘Sea of Japan’으로 표기된 부분은 일부 수정작업을 했습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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