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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부동산의 미래? 주목해야 할 도시 변화 동력 10가지

등록 2018-11-12 06:00수정 2018-11-16 15:08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화 행렬
집값 부추기며 주거 불안 가중
언제까지 이런 추세 계속될까

지식산업·1인가구·온난화 등
도시 구조 바꿀 요인들 산재
수평 확장서 도심 공동화까지
여러 모델간 결합·해체 가능

디지털세대는 어떤 도시 원할까
선택 따라 부동산 향방 달라질 것
높이 555m의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인근 고층 아파트들. 픽사베이
높이 555m의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인근 고층 아파트들. 픽사베이
인류의 절반 이상은 이제 도시에 산다. 2050년엔 70%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 이미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섰다. 이는 도시의 집값 문제를 부동산 시장 차원에서만 다뤄선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미래 도시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 한 소장 미래연구자가 미래학적 상상력으로 이 문제를 짚어봤다.

정부의 9·13 조처로 상승세가 멈췄다고는 하지만 지난 2~3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무척이나 올랐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HPIR)을 보면 서울의 경우 이 비율이 2017년 19.7에 이르렀다. 서울의 중위 소득자가 27평형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는 데 자신의 수입을 전부 쏟아부어도 19.7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도시 중 23위에 해당한다. 세계에 100만 이상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 500곳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5%에 속한다. 인구 15만 이상 도시 4400곳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0.5%다. 이를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와 사회, 경제의 복잡한 요인들이 뒤엉켜 형성하는 집값의 미래를 정확히 전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시의 변화 방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려낼 수 있다. 도시의 변화는 곧 이곳에 터 잡고 있는 건축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안 수립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도시화는 이미 90%를 넘어섰다. 미국, 일본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시화 행진은 완만하지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가 갖는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직업, 교육, 여가, 의료 등의 서비스가 모두 도시에 집중돼 있다. 집중은 단위당 비용 효율을 높여주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준다. 또 도시에는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융합은 창의성과 혁신의 토대다. 도시는 동시에 지식 클러스터이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도시는 어떻게 변화해 갈까? 부동산의 미래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도시 변화 요인들은 10여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의 전환이다. 지식사회란 그 사회가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주로 지식산업에서 나온다는 걸 말한다. 일자리도 지식산업에서 나온다. 연구·개발, IT, 컨설팅, 콘텐츠 산업이 지식산업의 사례다. 봉건사회에서 농노는 토지에 종속돼 있었다. 산업사회에서 노동자는 공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식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둘째는 원격 근무·의료·교육의 확산이다. 도시의 핵심 기능은 직업, 의료, 교육의 제공이다. 원격 근무가 일상화하고, 상시 의료 진단 서비스가 정착하고, 가상현실 무크(MOOC) 등 온라인 교육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도시의 기능과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셋째는 가상실재, 즉 아바타 기술이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나 브라질의 상파울루의 사물통신기기 전문가와 가상현실 공간에서 회의하는 것은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20년 안에 충분히 실현될 기술이다. 실시간 통역기가 언어 장벽을 허물게 되면, 사람들은 글로벌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넷째는 3D 프린팅 건축이다. 비용 효율성, 다양한 디자인 등 3D 프린팅 건축은 장점이 많다.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대중화할 것이다. 이미 파리 등 일부 지역에선 3D 프린팅 주택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저비용의 3D 프린팅 건축은 건물 외형뿐 아니라, 도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다섯째는 무인 자율주행차와 드론 택시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도시를 수평적으로 확대하고, 드론 택시는 주거지역의 고도 제약을 없앨 것이다. 공기에서 물을 얻고, 태양광 발전 등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거주해도 불편하지 않을 시대가 온다. 특히 무인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개편되면 차량 흐름이 원활해져 인근 농촌까지 도시 클러스터에 편입될 수 있다.

여섯째는 인구 감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8년에 인구 감소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인구수는 모든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다. 인구 추세는 한 번 흐름이 정착하면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수준(2.1명) 이하로 떨어진 지 한 세대가 훌쩍 지나면서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곱째는 1인 가구의 증가다. 1인 가구는 2020년대엔 30%를 넘어서며 머지않아 최대 가구 형태로 부상할 전망이다. 개인주의 성향 확산과 성 평등 향상, 저출산 고령화 등이 1인 가구의 증가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평균 거주 공간의 감소를 부를 것이다.

여덟째는 고령화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5년엔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고, 2040년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엔 한국이 세계 최고 장수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역노화기술, 즉 다시 젊어지는 기술도 인간을 대상으로 이르면 2020년대 말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여명 증가는 일자리, 주택소유 등에 영향을 미친다. 고령자들은 생활 편의 및 의료 서비스로 인해 도시 거주를 선호한다.

아홉째는 기후변화다. 대부분의 도시는 에너지 사용 집약적이며, 과도한 쓰레기를 생산한다. 기후변화 주범 중의 하나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하기 적합한 공간에 변화가 온다. 지금보다 북쪽, 지금보다 고도가 높은 곳이 도시 적합지가 될 것이다. 고령자 친화적 스마트 시티의 입지는 보다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자급자족 도시의 출현 등도 미래 도시의 변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배양육, 수직농장 및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멀티모달공장의 등장은 부분적이나마 자급자족 도시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순환경제를 체계화한 재생 도시의 출현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을 도시의 구조와 입지, 기능과 연결하면 미래 도시의 윤곽을 어느 정도 그려낼 수 있다. 그동안 이뤄진 미래도시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5가지의 미래도시 유형을 추출할 수 있었다. 그 5가지 유형은 수평확장 도시, 자연친화 도시, 노인친화 스마트 도시, 지식 클러스터 도시, 기존 도시의 공동화다. 5개 미래도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10가지의 미래 동인과 5가지의 미래 도시 유형을 결합하면 도시의 수평확장과 자연친화 경향이 강해지고, 도시의 노인 친화성이 필요하며, 기존 도시의 공동화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는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이를 미래 시나리오 매트릭스로 구성해봤다. 이 시나리오에서 개연미래는 ‘위성도시의 확대’이며, 변혁적 미래는 ‘재생마을 및 온실가스 제로 스마트도시’이다. 개연미래란 실현 가능성이 큰 미래, 변혁적 미래란 질적 변화를 수반한 미래를 뜻한다. 개연미래나 변혁적 미래 모두 도시 공동화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이해관계가 고착화할 경우 도시 공동화를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사회로의 전환은 기존 이해관계를 해체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 지식사회로의 전환, 가상현실과 무인 자율주행차 기술 역시 도시 공동화를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신도시 건설 비용을 줄여줄 것이다.

이탈리아 미래파 화가 포르투나토 데페로의 작품 ‘고층빌딩과 터널’.
이탈리아 미래파 화가 포르투나토 데페로의 작품 ‘고층빌딩과 터널’.
현대 도시 이미지의 원형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예술사조인 미래파 회화 작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미래파 화가 포르투나토 데페로의 작품 ‘고층빌딩과 터널’은 현재 서울 모습과 많이 닮았다. 100년 전에 잉태된 이미지들이 현대도시의 상징이 된 셈이다. 이런 도시의 미래 이미지를 미래학에서는 중고미래라고 부른다. 이미 남들이 사용한 이미지라는 뜻이다. 이를 중고미래로 보는 시각은 도시에 대한 다른 대안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어떤 대안 도시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 현대도시의 상징인 고층아파트는 토지 효율성을 높이고 주변 지가를 높인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선 비효율적이다. 고속 엘리베이터 등 고층아파트가 아니라면 불필요했을 추가 에너지가 들어간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문제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노후 건물은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는 훗날 어떤 도시에 살고 싶어할까?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 마천루 도시를 미래세대는 물려받고 싶어할까? 아니면 좀 더 자연 친화적으로 재편된 스마트 재생 도시를 선호할까? 기후변화에 처한 인류의 책무와 욕구에 비추어 보면 비교적 답은 명료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할 일은 명확하다.

윤기영/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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