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미래

생산연령 출구에 선 베이비붐세대…뭘 남기고 갈 것인가

등록 2019-04-22 05:59수정 2019-04-22 10:13

고도성장기를 상징하는 2천만명
인구 감소·불평등·기후 변화 등
번영의 후유증 남기고 무대 뒤로
미래세대 살리는 역할 고민할 때

20세기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세대로 베이비부머들을 꼽을 수 있다. 2차대전 종료와 함께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는 서구에선 1946~1964년생을 가리킨다. 사상 최고의 번영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노년기에 들어선 지금도 풍부한 재력과 강력한 구매력,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나이를 잊은 세대'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선 한국전쟁으로 베이비붐이 늦게 시작됐다. 흔히 1955~1963년생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인구 추이를 보면 1974년생까지 넓혀 보는 게 합당하다. 20년간 내리 연간 출생아 수가 90만명을 웃돌았다. 지금의 3배가 넘는 숫자다. 이 기간 출생아 수는 모두 2002만명. 그 사이 한국 인구는 2100만명에서 3500만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620만명이 생존해 있다. 총인구의 31%다.

20년에 걸쳐 태어난 집단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게 무리일 수 있다. 50년대와 70년대는 성장 환경도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분명히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룬다. 인구 구조는 사회 변화 동력의 핵심이다. 이 세대의 주축은 1960년대생, 이른바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다. 20여년 전 386세대로 등장해 지금까지 한 그룹으로 지칭된다. 1032만명이 태어나 현재 869만명이 생존해 있다. 총인구의 16.8%다. 이 세대의 꼭짓점은 60년생. 이 해에 108만명이 태어났다.

이들은 미국 원조물자를 배급받으며 유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에 한강의 기적을 체험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취업 걱정은 없었다. 중동 건설 붐, 3저 호황 등이 이어지면서 취업 문이 활짝 열렸다. 1979년 대학진학률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면 바로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길렀다. 4인 핵가족시대의 주축이 이들이다. 내 집 마련에 고민할 즈음, 정부는 200만가구의 수도권 신도시를 마련해줬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호황은 젊은 가장들의 앞길을 틔워줬다. 1990년대 후반에 터진 외환위기는 일약 한국 사회의 중앙무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정치적으론 오랜 개발독재 기반의 세력이 물러나고, 경제적으론 대규모 구조조정에 선배들이 물러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은퇴 시기가 다가온 2016년, 정부는 정년을 60살로 연장했다. 이들은 역대 최초의 노후 연금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꾸준히 연금을 납부한 사람이라면 최저임금 수준의 연금은 평생 받을 수 있다.

1970년대의 초등학교 수업 풍경. 좁은 통로에 교탁 바로 앞까지 책상을 배치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1970년대의 초등학교 수업 풍경. 좁은 통로에 교탁 바로 앞까지 책상을 배치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파워가 지나치게 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국회에선 청년의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20대 국회의 50대 이상 의원 비중은 82%다. 인구 비율의 거의 두배다. 45세 미만 의원은 6%에 불과하다. 20대는 전혀 없고, 30대 의원도 고작 1명이다.

베이비붐 세대 첫 주자인 1955년생이 마침내 올해 생산연령(15~64세)을 졸업한다. 이제부터 거대한 인구집단이 비생산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떠나는 맘이 편치 못하다. 세상이 어수선한 탓이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10년 후엔 총인구도 감소한다. 출산율 급락과 수명 연장 둔화가 빚은 사태다. 10년 후 한국은 4명 중 1명이 65살 이상 노인인 나라가 된다. 반면 산업과 경제의 변화와 혁신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회는 젊은 에너지를 요구하는데 늘어나는 인구는 노인뿐이다.

불평등 문제도 악화일로다. 소득 불평등은 주택을 포함한 자산불평등으로 번져갔다. 번영의 대가로 촉발된 기후 변화는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만이 아닌 인류 문명 차원의 문제이지만 그 중심에 20세기 후반 베이비부머들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격변기에 노인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몇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일하는 노인으로 사는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는 대안은 인공지능(로봇)과 이민자, 여성, 노인이다. 미래사회는 일하는 노인을 필요로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사회 부담도 던다. 그러자면 변화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때마침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학이 새 교육 수요를 절실하게 찾고 있다. 대학이 시니어층의 재교육 기관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 발전 덕에 등장한 인공지능과 로봇은 노인 노동자의 좋은 동반자다.

둘째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정립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 베이비붐 세대의 몫이다. 선배 세대들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베이비붐 세대는 자산 축적에 별다른 도덕적, 제도적 여과장치를 갖지 못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앞으로 자산을 어떻게 쓰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다. 앞으로 10~20년 안에 대규모 상속증여 시장이 형성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립은 사회적 빚을 갚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부는 공돌이·공순이로 상징되는 동세대 서민들의 희생 위에 얻어졌다. 시스템의 역할도 있지만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셋째는 욕망 충족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의식주 생활에서 좀 더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다. 2선으로 물러서는 때가 생활패턴을 바꿀 좋은 기회다. 식생활에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식단 비중을 높이고, 대중교통이나 친환경 운송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외곽이나 지역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이는 젊은 세대의 도시 거주비를 낮춰주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또 하나 젊은 세대와 공감하는 일이 남아 있다. 세대 간 불통의 간극을 메우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집착해선 꼰대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당면 현안들의 근원에는 20세기 후반 번영의 시대를 구가한 세대의 책임 문제가 있다. 세대갈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번영의 주체였던 인구집단의 고령화로 인구 피라미드가 뒤집어지면서 지구촌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더 극적인 상황에 있다. 이념의 좌우, 부의 과소를 막론하고 세대 공동의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이 필요한 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1.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2.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술 깨는 약’은 없다 3.

‘술 깨는 약’은 없다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4.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약 먹고 ‘이 자세’가 효과 빨라요…최대 10배 5.

약 먹고 ‘이 자세’가 효과 빨라요…최대 10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