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 30%인 23억명의 이용자가 거주하는 ‘사상 최대의 사이버제국’ 페이스북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본격화하는 상황은 페이스북 없는 삶과 세상에 대한 상상도 주목하게 만든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이 사라진 세상을 개인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상상해본 글을 실었다.
개인적 차원 “페이스북 없으니 행복감 증가”
페이스북 없는 환경에서 개인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상상은 지난 1월 공개된 논문을 통해 실제로 구현됐다. 미국 뉴욕대의 헌트 올콧(Hunt Allcott) 교수와 스탠퍼드대 매튜 겐츠코(Matthew Gentzkow) 교수 등의 논문 ‘소셜미디어의 복지 효과(The Welfare Effects of Social Media)’은 페이스북 이용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결론 내렸다.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씩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 2844명을 모집한 뒤 한달간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하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실시간 기분에 대한 평가를 한 결과다.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한 결과 삶의 질이 높아졌고, 친구와 가족들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페이스북 대신 다른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는 없었고, 페이스북 사용 중단으로 하루 평균 1시간의 여유 시간을 얻게 된 것이 나타났다.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북 사용 중단 실험 이후였다. 실험이 종료된 뒤 피험자들에겐 페이스북 사용에 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이용 시간을 줄였다. 이용중단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페이스북 이용 시간이 23%나 줄어들었으며, 5%의 실험대상자들은 페이스북 계정을 아예 재활성화하지 않았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포모 증후근’ 현상이 있지만, 실제로 페이스북 없는 삶을 경험한 이들에겐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적 차원 “제국 붕괴는 새로운 연결망 건설 동인”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늘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해왔고, 대도시는 그 결과다. 많은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거대도시는 갈수록 늘어왔다. 미국 산타페연구소 고프리 웨스트 박사는 도시 인구수가 늘어날수록 창조적 역량도 늘어난다는 상관성을 밝혀냈다. 세계 12개국의 도시를 조사한 결과, 도시가 2배 더 크면 창조적 역량이 2.2배 더 커지는 등 인구가 많아질수록 창조적 역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통신망에서 노드가 증가하면 연결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인구와 창의성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사이버 제국 페이스북의 성공 요인 또한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다.
하지만 제국의 붕괴가 기존 연결망의 종말로 귀결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정경대(LSE)의 가이 마이클과 옥스퍼드대 페르디난드 로시 연구진은 로마가 영국과 프랑스를 지배하던 시기에 형성된 두 지역 마을들의 성쇠를 연구했다. 로마제국의 붕괴 뒤 프랑스의 마을들은 계속 유지됐지만, 영국의 마을들은 쇠락한 곳이 많았다. 대신 영국에서는 바다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새로운 마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3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동안 프랑스의 전통적 도시보다 영국의 해안 주변 도시들의 인구가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로마시대의 네트워크를 유지한 프랑스와 달리 해안 중심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한 영국은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더 편리하고 많은 연결을 추구하며 사회적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왔지만, 이 점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거대 연결망에 대한 의존 불가피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연구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사이버 네트워크 제국이 사라진 개인의 삶, 사회적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것이 현실화할지는 정책적 결정과 이용자들의 집단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