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미래

과학적 상상력 넘어 사회적 상상력으로

등록 2019-09-04 09:59수정 2019-09-06 17:35

[윤기영의 원려심모]
기본일자리 정책을 제안하며(하)
주52시간 상한제는 오이시디 평균 1746시간에 비해 278시간을 더 근무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픽사베이
주52시간 상한제는 오이시디 평균 1746시간에 비해 278시간을 더 근무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픽사베이
오랜 시간 노동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이유

앞에서 기본일자리 정책이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이 갖추어야 하는 네 가지 요건을 만족하는지를 개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위해서는 정책 대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기본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본일자리 정책 대안은 정보시스템의 비용효율성과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들 정책대안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198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에 공장에서 생산직을 맡았다. 당시 필자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84시간이었다. 2교대를 했고, 2주에 한 번은 24시간 근무를 했다. 20년이 지난 2004년 법정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며 주5일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초과근무는 일상적이었다.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약 9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 반면 미국에선 직장인 중 57%가 그런 경험을 했다. 2018년 7월1일을 시점으로 주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었다. 2021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2017년 기준 한국사회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이는 오이시디 평균 1746시간에 비해 278시간을 더 근무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같은해 독일은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1356시간이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26시간에 불과하다.

바람직한 주당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워싱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을 기준으로 13세기 영국 성인남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620여 시간으로 2017년의 한국 노동자보다 적은 시간을 일했다. 14세기에는 1440시간으로 연간 근로시간이 줄었다. 농업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840년대의 평균 근로시간은 3588시간에 달했다. 생산을 위한 투입요소로서 인간의 노동력이 가장 중요했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같은 비용에 인간의 노동시간을 더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인권과 생산 방식의 변화 등으로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독일의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근로시간이 많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다.

지식사회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의 핵심은 혁신 역량이다. 혁신은 무모한 시도와 성실한 실패에 대한 관용이다. 지식사회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내부에서 적절한 경쟁이 필요하며, 생존의 안정과 무모한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겠으나, 지식사회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조직 내에서의 업무 문화, 우리를 지배하는 가치관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식사회로의 전환과 지식산업의 비중 증가는 일자리 나누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조직에 만연한 가짜 일 줄이기는 일자리 나누기와 생산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추격 전략을 세계적으로 성공하게 했던 근면성실 패러다임은 이제 전환되어야 한다. 혁신의 일상화가 더 중요해진 지식사회에서 오래 일한다는 것은 오히려 낮은 경쟁력의 원인이 되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 84시간을 근무했던 경험은 개인적으론 인생의 거름이 되었다. 그 시간에 필자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개인적 경험을 우리 청년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뀌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청년에게 근면성실만을 요구하는 것은 맥락이 변했다는 것을 무시하는 행위다. 일자리는 줄었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줄었다. 35년전의 주당 84시간 근무는 이제 20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지식사회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발달은 기술실업에 대한 공포를 불러왔다. 픽사베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발달은 기술실업에 대한 공포를 불러왔다. 픽사베이
탈산업사회에서 노동의 미래는 어디로?

인공지능과 모바일 스마트 로봇 기술의 발달은 기술실업에 대한 공포를 다시 일으켰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달로 인한 실업률 증가 우려는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산업혁명기에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이 일어난 이래 칼 마르크스, 케인즈 등이 기술실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마틴스쿨의 프레이(Frey)와 오스본(Osborne)이 함께 쓴 ‘고용의 미래’는 기술실업이라는 사회적 화두에 다시 불을 붙였다. 프레이와 오스본은 기계학습과 모바일 로봇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기준으로 기술실업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을 기준으로 대체 가능성 70% 이상인 직업의 일자리 수는 전체의 47%를 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판할 점이 적지 않으나, 논문 배경이 된 맥락으로 인해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그들의 연구방법을 기반으로 한 유사연구가 뒤를 따랐다. 2016년 알파고는 바둑강국이었던 한국사회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프레이와 오스본의 연구방법을 따라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딜로이트의 한 연구는 산업혁명 이후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기보다는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이를 근거로 하여 인공지능 등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스마트 모바일 로봇이 인지노동(Cognitive Work)을 대체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을 대체한 것이라면, 인지노동의 대체는 생산성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2017년 초에 기술의 발달은 빠르겠으나, 법제도의 변화가 늦기 때문에 인공지능 등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진단을 했다. 2016년 <4차산업혁명>을 쓴 클라우스 슈밥은 시간이 경과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옳은 답이긴 한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경과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슈밥의 답에 쓸모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일자리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관련된 동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아래는 관련 동인 중 일부에 해당한다.

■ 지식사회로의 전환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은 산업혁명이 아니라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혁명이다. 증기기관, 전기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힘에 대한 혁명이었다. 제4차산업혁명은 힘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생애주기를 변혁시키는 혁명이다. 인쇄술은 종교혁명과 르네상스, 과학기술의 시대와 산업혁명을 가져왔다. 지식의 생애주기 변혁은 산업사회에 종언을 가져올 것이며, 사회의 일자리 시스템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해 고용사회가 도래했다. 지식사회는 고용사회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 인지노동의 자동화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인지노동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2013년 프레이와 오스본이 전망했던 만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상인식, 음성인식 및 통계적 미래예측(Forecasting)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에는 기대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버스와 대형 화물 자동차의 경우 우선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인지노동의 자동화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일자리의 성격 등에서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인공지능의 한계

인지노동의 자동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이나 결을 달리 해서 항목을 나누었다. 현재의 신경망 알고리즘의 기계학습은 통계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인지노동을 대체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통계적 다요인 분류기 정도에 불과하다. 차세대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경우 인지노동의 자동화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세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 합의된 것이 없다는 점은 차세대 인공지능의 출현시기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따라서 인지노동의 대체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 도입과 조직 내 정치

그러나 인지노동을 기계학습으로 대체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만은 아니다. 불확실성을 혐오하는 조직의 관리자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하게 자동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하나의 추세가 되자,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조직은 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 글로벌 성장 정체와 유효수요의 부족

전세계 경기동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콘트라티에프 곡선은 산업혁명 이후 세계적 경기 순환이 평균 50년 주기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콘트라티에프 곡선에서 마지막 경기 최저점은 2007년의 국제금융위기로 발생했다. 2019년 현재 세계적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전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유효수요의 부족, 미국을 포함한 다수 나라의 국가주의 강화 등으로 인한 것이다. 21세기의 공급 과잉과 유효수요 부족이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재앙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나, 현재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단기적으로라도 일자리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콘트라티에프 50년 주기가 깨진 것은 인류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장생사회와 실질적 일자리 수요의 증가

인류의 기대수명, 기대여명 및 건강수명은 증가해 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2030년 기대수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적으로 65세부터 노인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실질적 은퇴연령은 70세를 넘는다. 이는 한국사회의 노년층이 노후 준비가 덜 되어 있고, 사회적 보장이 취약한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노인의 사회적 참여 욕구도 실질적 은퇴연령을 늦추는 원인이다. 기대수명과 기대여명의 증가는 노인의 기준 연령을 늦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건강연령의 증가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일자리 및 사회적 참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인지노동 등으로 기존 일자리의 숫자는 줄어들고 지식사회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 인구구조의 변화

저출산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한 세대 이후의 노동시장의 변화를 전망하게 한다. 그런데 현재 청년층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지 않았는데, 한 세대 이후의 노동시장 전망은 단순 노동에 대한 전망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는 추세외삽법에 근거해서 일자리의 미래를 예측하면 한국사회의 일자리는 현재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2013년 프레이와 오스본이 분석이나 몇몇 팝 퓨처리스트(Pop Futurist)가 예언하는 것과 달리 빠르지 않을 것이다. 프레이도 2016년의 연구에서 일자리 대체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그 의견을 수정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줄어든 일자리의 수에 비해 새로 생긴 일자리의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식산업에서 주로 일자리가 생성되고 새로운 산업군이 등장할 것인데, 특히 지식산업의 일자리는 전 세계로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일자리는 원격근무 등으로 인해 한국 내의 일자리를 두고 외국인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된 일자리는 해당 기업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에 일자리 기회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으로 해외에 열린 일자리도 한국인에게 기회가 있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는 사람은 소수에 해당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번역은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줄 것이나, 전문용어를 원활하게 사용해야 하는 지식산업에서도 자동번역이 활용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저임금 노동을 두고도 외국인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리라는 전제는 비현실적이다. 위에 전망한 미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추세외삽법적 미래예측의 기능은 현재의 정책과 기업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있다. 즉,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우리가 기본일자리를 위해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을 고안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들 정책과 전략은 맥락적 상황에서 창안하고 숙고되어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기본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픽사베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기본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픽사베이
맥락에 따른 기본일자리 정책의 변화

인지노동의 자동화와 지식사회의 전환은 ‘평평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 아세안 지역에서는 공장자동화와 핀테크 정도로 축소해서 보는 것이 현실이다. 강중소기업 위주로 순제조업의 고용지수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던 독일과, 상당하게 공장자동화가 진행된 한국의 스마트 팩토리의 방향성은 같지 않다. 언어와 국제적 표준에 대한 장악을 배경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서 한국 사회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지 의심부터 먼저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 사회의 정보기술 인프라와 언어 및 산업발달 수준에 따라 일자리의 동향도 달라지며 이에 따라 기본일자리에 대한 정책적 대안과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아세안 지역의 공장자동화 욕구는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새로운 제조업 강국을 등장시킬 것이다. 4차산업혁명 진행에 따른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진행은 일부 선진국의 경우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극단적 공장 자동화로 인해 현지 생산을 하더라도 관련 일자리는 사실상 늘지 않을 것이다. ‘설계는 세계에서, 생산은 현장에서(Design global, manufacture local)’는 지식산업의 비중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며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를 오히려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노동 4.0’ 백서는 4차산업혁명의 진행을 강화하는 경우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차산업혁명 진행으로 인한 독일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근거로 한다. 그들의 일자리 증가는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더 많은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불가피한 일자리 감소와 일자리 감소의 속도와 그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기본일자리에 대해서 취해야 할 정책과 전략의 시간적 채택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경우 기술실업은 진행되겠으나 그 속도가 개발도상국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자동화가 상당한 정도 진척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로봇 도입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경쟁력 확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에 선행적으로 대응해 한국은 스마트 상품의 설계와 생산, 서비스의 융합으로 제조업을 전환하고, 지식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기본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유효한 경험을 얻을 기회를 상실한 현재의 청년은 미래 사회의 중추 역할을 맡을 수 없다. 은퇴가 반려되어 상당히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될 현재의 40~50대는 기존 패러다임의 함정에 빠져서 시각 전환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2013년 OECD의 국가별 문해력 추이 조사에서 한국의 40~50대 문해력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것은 우리 청년층에게 기본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까닭을 시사해준다. 사회적 안전망은 지식사회의 순조롭고 원활한 전환을 위한 기반이다. 한국사회가 지식사회로 원활한 전환을 못하는 경우 후발 개발도상국에 역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본일자리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한다.

우선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충격이 가장 적고, 유효수요를 증가시키며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짜 일을 최소화하도록 업무 절차와 조직 문화를 변혁해야 한다. 임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주택 가격 감소와 교육비 절감 등이 가구당 구매력 상승을 위한 핵심적 대책이 될 것이다.

국가와 인류 단위의 공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 청년층이 정부의 공공가치 제고를 위한 기본일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들이 디지털 문해력과 기술 문해력을 함양하고 기본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디지털 문해력과 기술 문해력은 사회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고, 이는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상상력이다. 그 다음엔 사회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픽사베이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상상력이다. 그 다음엔 사회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픽사베이

지금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

21세기 일자리의 미래는 단순히 일자리의 미래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개인의 생존과 인생에서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의 미래, 기본일자리의 보장은 한국사회의 지속성, 안정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의 탐색은 열린 상상력과 합리적인 긍정적 비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조차 다양한 현재의 이해관계의 충돌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가 이끈 용서와 대화해는 사회적 상상력으로 인해 가능했다. 인류의 역사와 물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연성 있는 미래(Plausible Futures)라는 심리적 제약을 넘어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미래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일자리에 대한 상상과 정책, 전략 수립은 도전적인 일이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미래의 대안을 탐색하는 데 있다. 미래의 대안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미래를 전망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근대 미래학이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와 쥘 베른(Jules Verne)의 과학적 상상력에 의해 열렸다면, 21세기 미래학은 사회적 상상력에 의해 확장되어야 한다. 기본일자리와 관련하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상상력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대화다. 그리고 그런 대화에 착수해야 하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윤기영/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synsaje@gmail.com

참고 문헌

윤기영, 김숙경, 박가람. 20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링>. 박영사

이명호. 2018. <노동 4.0>. 쓰리체어스

예헤즈켈 드로어 저, 윤기영, 이강희, 조진형 역. 2019. <미래의 지배자>. 박영사

폴 로버츠 저, 김선영 역. 2017. <근시사회>. 민음사

고용노동부. 2018.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고서 (2017).

금민 (2018). 일자리 없는 사회와 기본소득. 시대, 55: 50-96

윤기영. 2016.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논의의 전환 필요성. 미래연구 1권 2호

윤기영. 2018.04.30. 지식사회의 교육 변혁, 어떻게 이룰까. 한겨레 윤기영의 원려심모.

윤기영. 2018. 지식사회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가?: 지식사회 2.0에 대한 전망. 미래연구 3(1): 49-82

이명호, 윤기영, 김동환, 김홍열 등. 2017.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일과 직주공간의 미래. 여시재

중앙일보. 1996.02.13. 19세기 근로시간 현재보다 2배

황덕순. 2011. OECD 주요국의 산업별 고용규모 변화. 월간노동리뷰 2011(4): 59-75

한국경제. 2018.06.29. 대한민국 직장인 90% ‘번아웃 증후군’ 시달린다…가장 심한 회사는?.

Megan McAdle. 2018.04.25. Why Bernie Sanders' guaranteed job program isn't going to work. Washiton Post. https://www.chicagotribune.com/opinion/commentary/ct-bernie-sanders-job-guarantee-20180425-story.html

위키피디아 앤드류 양: https://en.wikipedia.org/wiki/Andrew_Yang

버니샌더스 선거 홈페이지: https://berniesanders.com/issues/jobs-for-all/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1.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2.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3.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걷기 운동 효과 ‘하루 2300보’부터…7천보 이상이면 효과 ‘쑥’ 4.

걷기 운동 효과 ‘하루 2300보’부터…7천보 이상이면 효과 ‘쑥’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5.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