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껍질을 컵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자원순환형 주스바. CRA 제공
과일 속은 짜서 주스로 먹고, 그 껍질은 3D프린팅 컵으로 사용한 뒤 재활용하는 생활 속의 순환경제 사업 모델이 선보였다.
이탈리아의 디자인업체 카를로 라티 아소치아티(Carlo Ratti Associati)은 에너지기업 에니(Eni)와 함께 새로운 친환경 방식의 오렌지 주스바 `필더필'(Feel the Peel)를 개발했다. 폐기물 없이 자원을 100%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다.
높이 3.1미터의 이 주스바는 맨 위로 1500개의 오렌지를 나선형 레일 위에 얹어놓은 돔 모양의 지붕이 있고, 가운데에는 착즙기와 3D 프린터, 맨 아래쪽엔 투명한 껍질 수거 및 건조함이 배치돼 있다.
3D 프린터로 즉석에서 주스컵을 만드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이 주스 바의 자원 순환 사이클은 어떻게 돌아갈까? 우선 손님이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면 오렌지가 착즙기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착즙기는 오렌지를 반으로 자른 뒤 주스를 짜낸다. 즙을 짜내고 남은 오렌지 껍질은 아래쪽으로 보내져 건조 과정을 거친 뒤 분쇄기를 통해 분말로 만들어진다. 이어 오렌지 분말은 옥수수 전분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PLA(polylactic acid)와 혼합돼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3D 프린터가 이 바이오플라스틱을 가열해 필라멘트로 뽑아내면서 즉석에서 주스컵을 만든다. 다 쓴 컵은 재활용센터로 보내진다. 소비자들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즉석에서 자원순환의 전 과정을 지켜보는 셈이다.
이 업체는 10월 8~9일 밀라노의 한 행사에서 주스바 시연을 한 뒤 앞으로 이탈리아 전국을 순회하며 생활 속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눈으로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창립자이자 미국 MIT의 센서블시티랩 소장이기도 한 카를로 라티는 "다음 프로젝트에선 의류용 직물 제조 같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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