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노피스가 개발한 에브리 머슬 수트를 착용하고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일본의 고령 노동자. 이노피스 제공
주로 군사용, 장애인용,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위해서 연구개발되어온 신체외골격 장치(엑소스켈레톤)가 새로운 영역에서 먼저 상업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고령화사회 노인들의 일터다.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노인 노동을 보조하는 방안으로 판매되고 있는 신체외골격 장치의 실태를 소개했다. 올해 일본은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지난해보다 32만명 늘어난 358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4%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초고령사회다. 일본의 65살 이상 인구는 계속 늘어 2025년이면 전체의 30%를 넘어선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서 정년을 현재의 60살에서 70살로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일하는 고령자’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일 이노피스가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는 엑소스켈레톤 에브리 머슬 수트. 이노피스 제공
이는 건설, 제조업, 농업과 같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분야에서 노동자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노인들이 고연령에도 육체노동을 할 수 있도록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고 운반하기 쉽게 하는 외골격장치를 개발했다
일 이노피스가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는 엑소스켈레톤 에브리 머슬 수트. 이노피스 제공
이노피스가 2018년 4월 출시한 ‘에브리 머슬 수트(Every Muscle Suit)’는 배낭처럼 입는 신체외골격 장치다. 배터리나 모터가 들어 있지 않고 무게는 4kg 미만이다. 착용할 때 손으로 펌프를 30번 눌러서 외골격장치의 ‘인공 근육’을 압축공기로 채운다. 압축공기로 작동하는 인공 근육은 착용자가 25kg까지 들어올릴 수 있게 해준다. 1300달러(약 150만원)에 판매중이다. 현재 일본의 한 위스키회사에서 직원이 통을 들어올리는 것을 돕기 위해, 양로원에서 침대의 노인을 일으키는 작업을 보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70살이 넘은 노인들도 이 장치 덕에 육체노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파나소닉이 지난해 7월부터 판매하는 외골격장치 ‘아툰 모델 Y’는 모터에 의해 구동되는데 배터리 수명은 8시간, 무게는 4.5kg, 보조력은 10kg이다. 가격은 5500달러(약 640만원)다. 도요타의 계열사(JTEKT)도 지난해 8월부터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기는 용도의 고령자 작업보조용 전동식 외골격장치를 판매하고 있다.
LG전자가 공개한 'LG 클로이 수트봇(LG CLOi SuitBot)'.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나라다. 2025년이면 한국은 고령 인구(65살 이상)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예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45년 고령인구가 총인구의 37.0%로 치솟아 세계 1위의 초고령사회인 일본(36.7%)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노동을 보조하는 신체외골격 장치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