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올 3월 일시 휴직자가 160만7000명에 달하여,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6만명이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량실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갑자기 현직에서 물러나면 생계 문제 외의 어려움이 있다. 상실감이다. 아침에 출근할 직장이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이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평생을 쌓아온 자리에서 밀려나고 내세울 지위도 사라지고 친하던 동료들에게서 전화도 없으면 외톨이가 되는 심정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상실감을 배우자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자존심 때문인데 참다가 이따금 터뜨리는 감정으로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상실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존재다. 애초 아이는 출생 후 자신을 엄마와 동일시하며 지내다가 엄마가 타자인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때 상실감과 결핍 불안이 본능 속에 내재화한다고 한다. 성인이 된 뒤에도 끊임없이 지위와 권력을 갈구하는 것은 이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인간은 죽을 때까지 상실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이겨내지 못한다면 괴로운 심정을 극복 못하게 된다. 예전에 관계했던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에 빠져들게 된다. 자존감도 무너지고 우울증을 앓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도약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세월 속에서 성숙해질 수 있는 존재다. 무상하고 때로 무섭기도 한 세월 속에서 상실될 수밖에 없는 이치를 수용한다. 아이는 자신과 한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자신을 두고 출근하는 뒷모습을 점차 수용하며 성장한다.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변화를 수용하는 것도 인간이다. 어떻게 하면 잘 수용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감정 흐름을 살펴보기, 글쓰기, 책읽기가 좋다. 봉사활동도 좋다. 애초 이 세상에 나의 것은 없었다는 생각, 잠시 연극이었다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영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