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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인간 생존 한계온도 넘은 곳이 나타났다

등록 2020-05-12 07:59수정 2020-05-12 10:10

땀 배출 못하는 습구온도 35도
21세기 중반 출현 예상했으나
중동 일부 등 3곳서 이미 돌파
`한증막 지구' 분기점 넘은 셈
지난 40년의 습구온도를 분석한 결과, 지구 기온이 한증막 지구의 분기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지난 40년의 습구온도를 분석한 결과, 지구 기온이 한증막 지구의 분기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인간의 몸은 36.8도를 유지할 때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 체온이 3도 이상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를 위해 우리 몸에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체내 대사활동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다. 자율신경계를 관장하는 시상하부다. 시상하부는 체온이 상승하면 혈관을 확장하고 심박 수를 늘린다. 체내 열을 피부로 더 빨리 전달해 체온을 낮추려는 것이다. 동시에 땀을 더 많이 흘리도록 해 열을 발산한다.

신체의 체온 조절 작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증발, 즉 땀을 흘리는 것이다. 신체 열 손실의 75%가 땀의 증발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외부 습도가 높으면 땀이 쉽게 증발되지 못한다. 그래서 건조한 더위보다 습한 더위가 더 무섭다. 여름 장마철 한국의 습한 더위가 사막의 뜨거운 마른 더위보다 더 짜증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도와 함께 습도까지 반영하는 습구온도(TW)를 보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온도와 습도의 한계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습구온도란 수은주의 끝을 물에 적신 솜으로 감싸 측정한 온도를 말한다. 인간이 생리적으로 견딜 수 있는 한계치는 습구온도 섭씨 35도로 알려져 있다. 습구온도가 이 지점에 이르면 땀으로 체온을 식힐 수가 없다. 피부온도는 체내 온도보다 약간 낮은 35도를 유지하면서 체내 대사로 발생하는 열을 땀을 통해 밖으로 배출하는데, 습구온도가 이 지점에 이르면 이런 신체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6시간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건강한 사람이 그늘 아래서 옷도 입지 않은 채 물을 맘껏 마시며 편하게 쉬는 상태를 전제로 한 추정이므로, 실제 한계치는 이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습구온도 35도는 습도 50% 환경에서의 섭씨 45도에 해당한다.

세계 각 지역의 최고 습구온도. 홍해, 인더스강, 미국 남서부해안 지역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세계 각 지역의 최고 습구온도. 홍해, 인더스강, 미국 남서부해안 지역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지구의 습구온도는 어떤 상태일까? 그동안 발표된 기후모델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RCP8.5) 습구온도 35도는 21세기 중반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그 한계 상태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테크) 콜린 레이몬드 연구원 등 미국 연구진은 전세계 4천여개 기상관측소의 약 40년 데이터(1979~2017)를 분석한 결과, 이미 일부 지역에서 습구온도가 생존 한계치인 35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구가 `쿨한 지구'를 지나 `한증막 지구'(Steambath Earth)로 진입하는 분기점을 통과한 셈이다. 연구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유역, 중동 페르시아만의 홍해 해안지대, 북미 남서부 해안지대에서 습구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1~2시간 지속된 것을 발견했다.

멕시코만, 캘리포니아만 일대와 카리브해, 서아프리카, 남중국 등도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전 세계에서 습구온도가 30도를 넘은 때가 약 1000번이나 됐다. 이는 1979년보다 2배 이상 많은 횟수다. 2003년 7만여명을 숨지게 한 유럽의 폭염 당시 습구온도가 28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이 나타나는 빈도가 그만큼 잦아진 셈이다.

연구진이 공개한 대화형 지도를 보면 한국의 역대 최고 습구온도는 인천이 30.3도, 대구 28.9도, 수원 29.5도, 군산 30도, 서산 30.5도, 충북 영동 27.5도였다. 레이몬드는 "한계치에 약간 못미치는 습구온도 33도의 경우, 40년 전엔 전 지구를 통틀어 한 해 고작 1~2번 발생했으나 지금은 25~30번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5도 높아지면 세계의 일부 지역들은 주기적으로 습구온도 3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구 기온은 현재 산업화 이전보다 1도 높아진 상태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월8일치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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