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를 열고 들어서는 나사 우주비행사 밥 벵컨을 우주정거장 비행사들이 반갑게 맞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어제 아침은 지구에서, 오늘 아침은 우주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와 밥 벵컨은 5월의 마지막날 아침을 우주에서 맞았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만든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지구를 출발한 두 사람은 5월31일 오후 1시2분(미 동부시각 기준, 한국시각 6월1일 오전 2시2분) 고도 400㎞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으로 들어섰다. 지구를 떠난 지 22시간 만이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나사 국장은 도킹 직후 이들과의 교신에서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한 모든 일이, 그리고 세계에 영감을 준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도킹에서 진입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시간이었다.
도킹에 앞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에서 나사의 오랜 전통 두가지를 선보였다. 첫째는 우주선에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이다. 벵컨은 카메라 앞에서 우주선에 붙여준 별칭 ‘인데버’(Endeavour)를 호명했다. 또 하나는 기상음악 틀기다. 우주정거장에 도착하기 5시간30분 전 지상의 휴스턴 관제소에서 음악을 틀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곡은 헤비메탈그룹 블랙 사바스의 ‘플래닛 캐러밴’(행성 여행자)이었다. 헐리는 “모닝콜 음악이 울리기 전 의자에서 편안한 잠을 잤다”고 말했다. 벵컨은 “7시간 동안 잠을 자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우주정거장에 들어온 뒤 기존 우주비행사 3인(파란색 옷)과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더그 헐리와 밥 벵컨. 나사 제공
지구를 떠나는 순간은 굉음을 수반한 요란한 과정이었지만, 우주정거장과의 만남은 아주 조용하고 섬세한 작업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궤도 발레’라고 표현했다. 도킹 과정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진행됐다. 도킹이 이뤄지는 순간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은 중국과 몽골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의 기압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끝나고 벵컨이 먼저 우주정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사 우주비행사 크리스 캐시디와 러시아 우주비행사 두 사람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두 우주비행사의 지구 귀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나사는 1~4개월 사이에서 정할 계획이다. ‘크루 드래건’이 안전하게 귀환하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스페이스엑스는 오는 가을 첫 정식 국제우주정거장 왕복비행(크루1)에 나선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첫 임무 수행을 위해 최장 210일 동안 우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유인우주선을 제작 중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