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미래

‘1982년 5월’이 한국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이유

등록 2021-05-02 18:12수정 2021-05-03 02:03

낯선 기술, 익숙한 일상

5월에는 챙겨야 할 사람이 많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 배우자, 노동자 그리고 성년을 맞이하는 이들까지. 선물을 고르는 일은 늘 어려워서 검색 창에 슬쩍 물어보곤 하는데 최근에는 역시 ‘현금 선물’이 인기다. 지폐로 만든 케이크나 꽃다발, 혹은 아예 현금을 총으로 쏴서 흩날릴 수 있는 머니건이라는 아이템도 눈에 띈다. 나이를 불문하고 기프티콘이나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카네이션 꽃다발 같은 전통적인 선물도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전달할 수 있으니 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는 것들이 비단 디지털 데이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에 대한 호오를 떠나 이것이 가능한 출발점, 즉 인터넷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5월에 있었다.

1982년 5월, 구미에 있는 한국전자기술연구소(ETRI 전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당시 전산학과)의 컴퓨터가 1200bps 전용선으로 연결됨으로써 국내 인터넷의 시초가 되는 ‘에스디엔(System Development Network)’이 개통되었다. 오늘날 인터넷에 사용되는 통신 규격이 적용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인터넷 규약(TCP/IP) 방식의 컴퓨터 네트워크다.

당시의 하이테크 기술은 미국에서 시작해 일본을 거쳐 국내 도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에스디엔은 1982년 일본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한 에스디엔은 점차 망을 확대하여 정부와 기업 연구소들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발전했으며, 국외의 연구기관들과도 연결되어 적극적인 기술 교류의 창구로 활용되었다. 이후 인터넷 상용 서비스 코넷(KORNET)으로 이어지며 국내 인터넷 환경의 모태가 되었고, 초당 150 글자를 전달하는데 불과했던 데이터 전송 속도도 현재는 100만 배 이상 향상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광인터넷 비중,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등 브로드밴드 인프라 4개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DN 개발에서 유래된 기술적 우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인터넷 연결을 구축한 지 40돌이다. 전공 서적 한 권을 구하기도 쉽지 않던 시기에 전길남 박사를 비롯한 한국의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오직 열정으로 만들어낸 경이로운 성과다. 최근 연이어 들려오는 빌보드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반가운 소식들처럼 이 역시 마땅히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다. 5월에 주고 받는 수많은 인사 속에 아주 조금이라도 40여년 전 도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포함되어 전해지면 좋겠다.

최윤아 ㅣ 넥슨컴퓨터박물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1.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2.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3.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수금월천화목토’ 한줄로…2040년까지 못 볼 6월의 ‘새벽 우주쇼’ 4.

‘수금월천화목토’ 한줄로…2040년까지 못 볼 6월의 ‘새벽 우주쇼’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5.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