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2.7km 터널교통망 완성
지상 전기차, 우주 로켓 이어 땅속 이동 시스템 도전
지상 전기차, 우주 로켓 이어 땅속 이동 시스템 도전
컨벤션루프의 터널 주행 장면. 스티브 시솔랙 네바다 주지사의 트위터에서
컨벤션루프의 지하 중앙역. LVCC 제공
애초 구상에 비해 초라한 출발 모습을 드러낸 터널루프는 애초 밝혔던 구상에는 크게 못 미친다. 무엇보다 속도가 문제다. 머스크가 내세운 것은 시속 240km이지만 컨벤션루프의 속도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시속 40마일(64km)이다. 운행 구간이 짧은 것도 속도를 더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이용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머스크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시내 곳곳에 터널루프 입구와 출구를 설치해 이곳에서 차량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터널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상 도로와 지하 터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없는 특정 구간의 터널 전용 셔틀로 바뀌었다. 수송의 효율성도 문제다. 컨벤션루프의 최대 수송 능력인 시간당 4400명은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미 전국도시교통관리협회(NACTO)에 따르면 버스는 차선당 8천명, 철도가 차선당 2만5천명, 지하철은 시간당 거의 10만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컨벤션루프를 시승해 본 온라인 IT미디어 `시넷' 기자는 “고속 로봇택시는 아니지만 편리한 미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IT미디어 `와이어드'의 기자도 “매끄러운 승차감과 산뜻한 디자인이 2018년 12월 캘리포니아 호손 본사에서 선보인 시험 터널루프보다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아닌 관광객을 위한 것” 반면 네바다주의 시민단체 `네바다진보리더십동맹'의 공동창립자 보브 펄커슨은 ‘와이어드’에 “그들은 이를 대중교통수단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론 버스를 타야 하는 노동자가 아닌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부자들을 위한 보기 좋은 장치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머스크는 원래 자신의 집이 있던 캘리포니아 웨스트우드 지역에서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까지 터널루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러나 안전성, 접근성, 효율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운동가, 주민, 당국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포기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당국은 앞으로 시내, 카지노, 경기장, 공항까지 터널루프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베이거스루프(Vegas Loop)로 명명된 이 시스템에는 43개의 역이 설치되며, 시간당 5만1000명 수송을 목표로 한다. 이 교통망이 완성되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호출택시를 부르듯 앱을 통해 차를 호출해 웬만한 시내 지역은 교통 정체 걱정없이 갈 수 있을 것으로 시 당국은 기대한다. 컨벤션루프는 무료이지만 베이거스루프는 유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2013년 발표한 백서의 하이퍼루프 개념도.
속도, 안전성, 접근성, 경제성 갖출 수 있을까 터널루프는 머스크가 2012년 제시한 하이퍼루프 구상에서 파생된 교통망이다. 하이퍼루프는 반진공 상태의 원통형 튜브 안에서 공기저항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자기부상 방식으로 운행하는 초고속 교통수단으로 개념 자체는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다. 이론적으로 시속 760마일(1200km)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구상대로라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을 35분만에 운행할 수 있다. 2013년 하이퍼루프 설계 방안을 담은 백서를 발표한 그는 2016년 보링컴퍼니를 설립하고, 하이퍼루프의 도시형 축소판이라 할 터널루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터널 크기를 줄이고, 자동 굴착 기계를 개발해 터널 구축 비용을 종전의 15분의 1 수준인 1마일당 1천만달러로 줄였다고 주장한다. 이제 막 시작한 터널루프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추진하던 다른 지역의 사업들이 멈춰섰다.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시카고 익스프레스 루프'는 새 시장이 취임한 뒤로 활력을 잃었다. 워싱턴 디시에서 볼티모어를 연결하는 `이스트 코스트 루프'도 새로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 두 프로젝트가 보링컴퍼니 웹사이트에서 모두 사라진 것으로 보아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추진해 성공시킨 혁신사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거대한 보조금, 지원금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전기차업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친환경 차량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 덕을 톡톡히 봤다. 파산 위기에 처했던 스페이스엑스의 로켓과 우주선 개발 사업은 미 항공우주국과의 우주 화물수송 대형 계약이 성사되면서 기사회생했다. 터널루프도 관광도시로서의 전시 효과를 노린 라스베이거스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빠른 속도와 안전성, 접근성, 경제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이벤트 차원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컨벤션루프와 그 확장판인 베이거스루프가 이를 판단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벤션루프는 하이퍼루프 개념을 이용한 교통 시스템의 첫 성과물이지만, 개통 행사에는 기자들만 초청됐을 뿐 머스크는 참석하지 않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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