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늦은 나이에 시작한 운동이라도 안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픽사베이
운동이 단순히 몸을 더 튼튼하게 해주거나 더 젊어 보이게 하는 걸 넘어 실제로 회춘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해 운동 결심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기성세대라면 덤으로 더 뿌듯해할 만한 소식이다.
미 켄터키대와 아칸소대 연구진은 노년기의 운동이 골격근(skeletal muscle)의 세포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해부학회가 발생하는 국제학술지 ‘노화 세포’(Aging Cell)에 발표했다. 골격근이란 뼈나 힘줄에 붙어서 골격의 운동을 관장하는 근육이다.
연구진은 자연 수명이 거의 다해가는 생후 22개월 된 실험용 생쥐들을 골라 바퀴(웨이트 휠)를 타는 운동을 시켰다. 생쥐가 바퀴를 타는 운동은 마치 무거운 배낭을 지고 행군 훈련을 하는 것과 같아 바퀴를 탈수록 근육이 붙는다. 생쥐들은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고도 바퀴를 곧잘 탈 줄 안다. 일반적으로 나이 든 쥐들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달리는 식으로 하루 6~8km를 달린다. 젊은 쥐들은 하루 최대 10~12km까지 달린다.
2개월간 바퀴타기 운동을 시킨 결과, 운동을 하지 않은 같은 나이의 다른 쥐들보다 골격근의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8주 더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주는 생쥐 기대수명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후성유전학적 나이란 DNA의 메틸화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를 이끈 케빈 무라크 교수에 따르면 생쥐의 종과 서식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생쥐들은 생후 24개월부터 급격한 속도로 노쇠해진다.
메틸화한 DNA 분자. 가운데 시토신 염기에 달라붙은 2개의 공모양 물질이 메틸기다. 위키피디아
동물의 노화 과정은 주로 DNA 메틸화라고 하는 생물학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
메틸화란 디엔에이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걸 말한다. 메틸기는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후성유전물질이다.
메틸기가 마치 따개비처럼 유전자 바깥쪽에 붙어 유전자를 제어함으로써 특정 단백질 생산에 관여한다.
무라크 교수는 “디엔에이 메틸화 현상은 일생에 걸쳐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과학자들은 메틸화 정도를 디엔에이의 노화 정도를 판별하는 지표로 쓴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에 관여하는 유전자 부위의 메틸화도 증가(과메틸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직까지 메틸화와 근육 기능 간의 연관성이 확실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무라크 박사팀은 지난해 8월 미국생리학회의 국제학술지 ‘펑션’(Function)에 발표한 또다른 논문에서 무산소 근육운동이 근육 유전자의 메틸화를 줄여주는(과소메틸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에 운동을 한 이력이 있다면 근육 기억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육 기억이라고 하면 자전거, 스키 등의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 과거에 습득했던 요령을 빨리 회복하는 능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은 근육 기억이 아니라 운동 뉴런에 존재하는 뇌의 기억이다. 실제 근육 기억은 근육 자체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말한다.
연구진이 생쥐를 대상으로 8주 운동 후 12주 동안 쉬다가 다시 한 달 동안 운동을 하는 실험을 한 결과, 과거 운동을 했던 쥐는 운동을 하지 않았던 쥐보다 같은 기간에 더 많은 근육이 생겼다. 운동을 한 생쥐의 근육 세포에서 유전자 과소메틸화가 일어났고, 이 변화는 몇달 동안 유지됐다.
운동 실험에 투입한 쥐들은 모두 나이 든 쥐들이었다. 하지만 근육 기억을 회복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무라크 박사는 “운동은 어느때 시작하든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