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역대 가장 큰 혜성이 오고 있다

등록 2022-02-14 10:03수정 2022-02-17 02:38

지름 137km…헤일-밥 혜성 두배
6조km 떨어진 오르트구름서 출발
2031년 1월 토성 궤도 근처 도달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 상상도. NOIRLab/NSF/AURA/J. da Silva (Spaceengine)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 상상도. NOIRLab/NSF/AURA/J. da Silva (Spaceengine)

천체 관측 사상 가장 큰 혜성이 태양계를 향해 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한 건 8년 전이지만 최근에서야 정확한 크기를 알아냈다.

프랑스 파리천문대와 스페인 안달루시아천체물리학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최근 온라인 사전출판 논문집 ‘아카이브’(arXiv)에 2014년 발견한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Bernardinelli-Bernstein) 혜성(공식 명칭은 C/2014 UN271)의 지름이 1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발견한 혜성 중 가장 큰 헤일-밥(Hale-Bopp) 혜성보다 거의 두배나 큰 것이다. 1995년에 발견된 헤일-밥 혜성은 크기가 74km였다.

그러나 맨눈으로도 볼 수 있었던 헤일-밥 혜성과 달리 베르나디넬리는 워낙 멀리 있어 맨눈으로는 관측할 수 없다. 이 혜성의 이름은 2014년 첫 발견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천문학자 게리 번스타인과 워싱턴대 박사후 연구원 페드로 베르나디넬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1997년 4월 근일점 통과 직후에 찍은 헤일-밥 혜성. 위키피디아
1997년 4월 근일점 통과 직후에 찍은 헤일-밥 혜성. 위키피디아

태양계 바깥 ‘혜성의 고향’ 오르트구름

당시 암흑 에너지 관찰 데이터에서 약 43억km 거리에 있는 이 천체를 발견한 두 사람은 이후 4년간 추적을 계속하면서, 이 천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후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혜성의 증거라 할 수 있는 가스와 먼지를 포착했다.

베르나디넬리 혜성의 고향은 지구~태양 거리의 2천~5만배(0.03~0.8광년)에 이르는 광대한 우주공간에서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다.

오르트 구름은 공 모양의 외부 오르트 구름과 그 안에 도넛 모양의 중심 오르트 구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태양 쪽으로 약하게 묶여 있는 외부 오르트 구름이 핼리 혜성 같은 장주기 혜성들을 태양계 쪽으로 보내주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오르트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은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의 얼음 조각이다. 이 조각들이 혜성의 핵을 이룬다. 오르트 구름에는 이런 얼음 물체들이 수십억~수조개에 이를 것으로 본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가운데). 혜성의 핵이 뿌연 구름에 싸여 있는 것으로 보아 태양으로부터 매우 먼 거리에 있음에도 혜성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LOOK/LCO
2021년 6월에 촬영한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가운데). 혜성의 핵이 뿌연 구름에 싸여 있는 것으로 보아 태양으로부터 매우 먼 거리에 있음에도 혜성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LOOK/LCO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꼬리 길어져

연구진이 베르나디넬리 혜성의 크기를 확인한 것은 2021년 8월 남미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알마(ALMA) 전파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통해서였다. 당시 지구와 혜성까지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19.6배, 즉 30억km였다. 발견 당시에 비해 10억km를 더 날아왔다.

연구진은 혜성의 빛 반사율과 혜성의 핵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 복사 측정을 통해 혜성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베르나디넬리 혜성은 이 방식을 이용해 측정한 가장 먼 거리의 천체라고 밝혔다. 혜성은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얼음이 증발하며 꼬리가 길어지고 본체는 작아진다.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의 공전 궤도(흰색 선). 미 항공우주국 제공
베르나디넬리-번스타인 혜성의 공전 궤도(흰색 선). 미 항공우주국 제공

350만년만의 태양계 재방문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베르나디넬리 혜성의 이번 우주 여행은 지구~태양 거리의 4만배 되는 지점, 즉 6조km(0.6광년) 떨어진 곳에서 시작됐다. 태양계의 가장 끝에 있는 명왕성까지의 거리가 60억km이니, 명왕성보다 1000배나 더 먼 곳이다.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만도 수백만년이 걸린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베르나디넬리 혜성이 태양계를 방문하는 것은 350만년만이다. 당시엔 해왕성보다 조금 더 가까운, 태양에서 27억km 지점까지 다가왔다.

이후 오르트 구름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시작한 이번 여행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는 139만년이 걸렸다. 베르나디넬리 혜성은 2031년 1월23일 태양에 가장 가까운 우주공간에 도달한다. 혜성의 근일점 위치는 토성 궤도 바로 너머, 거리로 따지면 지구~태양 거리의 11배인 16억km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의 우주 여행 중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는 2031년 4월5일로, 이때 지구와의 거리는 15억km다. 방향을 바꾼 혜성은 다시 8조km를 날아 220만년 후 오르트 구름 속 깊숙한 암흑우주에 도착한다.

오르트 구름과 태양계의 거리 비교. 숫자의 단위는 AU(1AU=1억5천만km). 나사 제공
오르트 구름과 태양계의 거리 비교. 숫자의 단위는 AU(1AU=1억5천만km). 나사 제공

연구진은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와의 거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장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엠마뉴엘 를르슈 파리천문대 연구원은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이제 혜성의 크기를 알게 된 만큼 이 혜성의 활동성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국제학술지 ‘천문 및 천체물리학 레터스’로부터 게재 승인을 받은 상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시속 1377km, 첫 민간 개발 초음속 여객기 시험비행 성공 1.

시속 1377km, 첫 민간 개발 초음속 여객기 시험비행 성공

‘운명의 날’ 시계 2년 만에 1초 당겨져…인류 파멸 89초 전 2.

‘운명의 날’ 시계 2년 만에 1초 당겨져…인류 파멸 89초 전

국내 연구진, 새로운 전기 ‘스핀 전류’ 상온서 첫 발견 3.

국내 연구진, 새로운 전기 ‘스핀 전류’ 상온서 첫 발견

우주는 현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4.

우주는 현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뒤집혀 착륙한 일본 달 탐사선, ‘영하 170도 밤’ 세번째 살아남았다 5.

뒤집혀 착륙한 일본 달 탐사선, ‘영하 170도 밤’ 세번째 살아남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