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창어5-T1호가 달 근접비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 CCTV News
오는 3월4일 달에 충돌할 것으로 예측된 로켓의 실체가 미국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발사체가 아닌 중국 발사체로 바뀌었다.
지난달 로켓의
달 충돌을 처음 예고했던 지구 근접 소행성 추적 웹사이트 ‘플루토 프로젝트’(Project Pluto) 운영자 빌 그레이는 지난 12일 문제의 로켓은 2014년 10월23일 중국이 창어5-T1호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때 사용한 로켓 창정3C/E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1월21일 “2015년 미 항공우주국이 심우주 기후관측 위성을 발사할 때 사용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의 상단 추진체가 3월4일 달 뒷면에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4톤짜리 추진체가 초당 2.58km의 속도로 달에 충돌할 경우 20m 크기의 구덩이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 10월23일 창어 5-T1호를 싣고 이륙하는 창정 3C/E 로켓.
그레이는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심우주기후관측 위성과 로켓은 발사 이틀 후인 2015년 2월13일에 달을 지나갔다”는 이메일을 받고 다시 옛 자료를 살펴봤으며, 그 결과 인공 물체는 중국의 창어5-T1호 발사 임무를 수행한 로켓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창어5-T1호는 2019년에 발사한 창어5호를 위한 시험용 탐사선으로 당시 달을 근접비행한 뒤 7일 후 몽골로 돌아왔으나, 로켓은 우주에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다.
그레이는 “이 로켓은 발사 후 4일째 달에 근접비행했다”며 “이는 정황 증거이긴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충돌 물체의 신원은 바뀌었지만 충돌 시점은 3월4일 오후 9시25분(한국시각)으로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추락 장소는 북위 4.93도, 동경 233.20도의 달 뒷면이며 오차 범위는 몇km일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되는 달 충돌 지점 위치(X 표시한 곳). projectpluto.com
로켓의 달 추락은 과학자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달에 충돌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확한 충돌 위치를 알 수 있다면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달정찰궤도선(LRO)과 인도의 찬드라얀 2호 등을 통해 달에 충돌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도 있다. 나사는 2009년 달 남극에 얼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켓을 의도적으로 달에 충돌시킨 바 있다.
달 궤도선이 로켓의 달 충돌 영향으로 땅속 물질이 분출되는 장면을 포착한다면 달 지질을 이해하는 소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번 충돌은 달 뒷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