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TNet 망원경으로 포착한 초신성. (a)는 초신성이 관측된 지역을 잘 보기 위해 여러 장의 영상을 합친 그림. (a)의 십자선 중심이 초신성이 발견된 위치, (b)는 초신성 SN 2018aoz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의 모습, (c)는 초신성이 가장 밝아졌을 때이다.
초신성이란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매우 밝게 빛나는 폭발적 현상을 말한다. 별의 장렬한 최후 모습인 셈이다. 그러나 태양질량의 8배 이하인 별은 동반별(짝별)이 있을 경우에만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이런 쌍성계 초신성을 제Ia형 초신성이라 한다. 이 초신성은 자체적인 핵붕괴로 발생하는 제II형 초신성(태양질량의 8배 이상)보다 밝은데다 최대 밝기도 일정하다. 이에 따라 천문학계에서는 이 초신성을 우주의 거리를 재는 표준 광원으로 쓰고 있다. 광학 망원경으로 관측되는 초신성 중 80%가 쌍성계 초신성, 20%가 핵붕괴 초신성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Ia형 초신성 폭발이 시작된 지 불과 1시간 후에 내뿜은 초기 빛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 결과는 초신성이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초신성은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기원과 별의 죽음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천체이지만 그동안 Ia형 초신성이 폭발하는 과정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천문연과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 등은 천문연이 설치한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의 관측망을 이용해 폭발 후 1시간밖에 되지 않은 초신성 ‘SN 2018aoz’ 관측에 성공했다고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이는 Ia형 초신성 관측 사상 가장 어린 시기의 빛을 포착한 것이다.
은하 NGC 4526에 있는 Ia형 초신성 SN 1994D (왼쪽 아래 밝은 점). 위키미디어 코먼스
천문학계의 단축 올림픽과도 같은 초신성 포착 경쟁
천문연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 직후의 빛을 포착하는 것은 천문학 분야의 기록 단축 올림픽처럼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폭발 직후의 빛을 더 빨리 관측할수록 별의 크기와 별 내부의 원소 측정이 더 쉬워진다.
2011년 ‘SN 2011fe’ 초신성은 폭발 뒤 11시간, 2017년 ‘SN 2017cbv’ 초신성은 폭발 뒤 7시간, 2019년 ‘SN 2018oh’ 초신성은 폭발 뒤 3.6시간만에 관측이 이루어졌다. 천문연은 “따라서 폭발 후 1시간만의 빛을 관측한 이번 연구는 기록면에서 혁신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천문연은 이번 관측에서 폭발 후 1∼12시간 사이에 초신성의 색이 붉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런 색 변화는 철 성분이 초신성 가장자리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천문연은 “이는 Ia형 초신성의 폭발이 백색왜성(별의 최종단계)의 바깥에 있는 헬륨 폭발로 시작하거나 또는 폭발 물질들이 아주 급격한 혼합 과정을 거친다는 걸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관측망. 천문연 제공
구진은 남반구인 칠레와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한 지름 1.6미터의 광시야 망원경 3기를 이용해 초신성 관측을 진행했다. 망원경이 3개 대륙에 걸쳐 있어 24시간 관측이 가능한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관측에선 한두 개의 필터를 사용했던 이전과 달리, 모든 관측에 세 개의 필터를 사용해 색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고 천문연은 밝혔다.
김상철 광학천문본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는 Ia형 초신성에서 어떻게 폭발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낸 첫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1시간보다 더 이른 시기의 초신성 관측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