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도착 381번째 날인 2022년 3월17일 퍼시비런스가 촬영한 이동 궤적. 퍼시비런스는 지난 1년 동안 5.13km를 이동했다. 나사 제공
화성의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이번 탐사 임무의 최대 승부처인 삼각주를 향해 출발했다.
지난해 2월 피시비런스가 도착한 지름 45km의 예제로 충돌구 내 북서쪽에 위치한 삼각주는 수십억년 전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따라서 화성의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8일 “퍼시비런스가 다음 표본 수집을 위해 지난 14일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며 “이달 중 전력 질주를 시작하면서 자율주행 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시비런스는 이번 여정에서 두 달간 5km를 가야 한다. 모래구덩이와 울퉁불퉁한 암석 지대,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경사 지형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만큼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
퍼시비런스의 이동 경로. 흰선의 오른쪽 끝이 출발지, 왼쪽 끝이 도착지다. 나사 제공
화성 암석 표본 8개 수집…30개 더 수집해야
지난해 2월 화성에 도착한 퍼시비런스는 임무 수행 기간 2년의 절반을 넘긴 현재 8개의 표본을 수집해 용기에 담았다. 최대 수집 목표인 38개 중 나머지 30개를 이 삼각주에서 수집해야 한다.
나사는 삼각주가 표본 수집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만큼 삼각주에 도착할 때까지 과학 탐사 활동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대신 운전 중 사진은 많이 찍는다. 나사 과학자들은 이 사진을 분석해 로봇팔이 어떤 암석을 탐사 및 수집할지, 삼각주에 오르기 위한 최상의 경로가 무엇인지 결정한다.
앞쪽에 보이는 높은 곳이 삼각주다.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에 탑재된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내브’(AutoNav)는 역대 가장 좋은 성능을 갖고 있다. 제트추진연구소의 소프웨어 개발자 마크 메모니(Mark Maimone)는 보도자료에서 “과거 탐사차에서는 몇분씩 걸리던 자율주행 처리 과정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마치기 때문에 사람이 매번 주행 계획을 짜는 것보다 더 많은 영역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퍼시비런스팀의 전문가 14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퍼시비런스에 전달할 운행 지침을 작성한다.
퍼시비런스의 자율주행 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은 운행 중에도 사진을 찍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퍼시비런스는 이 사진을 탐색해 주변 환경을 분석한 뒤 그 다음 취할 행동을 결정한다. 이를 위해 퍼시비런스에는 실시간으로 경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이미지 처리 전용 컴퓨터가 있다.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가 사전 정찰 비행으로 퍼시비런스를 지원한다. 나사 제공
나사는 퍼시비런스의 삼각주 이동 및 탐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의 비행 기간을 9월까지 연장했다. 인지뉴이티는 지형이 험한 삼각주를 사전 정찰해 퍼시비런스의 경로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준다.
나사는 애초 5번 시험비행을 목표로 삼았으나, 인지뉴이티가 예상을 뛰어넘는 비행 능력을 선보이자 6번째 비행부터는 임무 수행 단계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인지뉴이티는 21번 비행에 총 38분 동안 4.64km를 이동했다.
퍼시비런스는 지난 1년 동안 사상 처음으로 화성에서 동력 비행기를 띄웠고, 사상 처음으로 화성 암석 표본을 수집해 용기에 담았으며, 사상 처음으로 화성의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나사는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표본을 2020년대 후반 또 다른 탐사선을 화성에 보내 수거한 뒤 2031년 지구로 가져온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