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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달 탐사선, BTS ‘다이너마이트’ 싣고 간다

등록 2022-04-10 11:59수정 2022-04-10 14:06

8월1일 발사예정 한국 최초 달 궤도선
5개월 여행한 뒤 달 100㎞ 상공 진입
우주인터넷 실험 사용할 BTS 곡 담아
탐사선 착륙지 탐사할 장비들도 탑재
올해 8월1일 발사 예정인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궤도선) 상상도. 먼 우주를 돌아 달 궤도에 진입할 계획이어서 검은색 다층판막단열재(MLI)를 입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올해 8월1일 발사 예정인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궤도선) 상상도. 먼 우주를 돌아 달 궤도에 진입할 계획이어서 검은색 다층판막단열재(MLI)를 입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궤도선·KPLO)은 오는 8월1일(한국시각) 오후 8시35분 달나라를 향해 지구를 떠난다. 궤도선에는 비티에스(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가 우주인터넷 파일전송 실험용으로 탑재된다. 심우주에서 송출되는 최초의 한류 음악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궤도선이 달에 도착하는 건 4개월 반이 지난 12월16일께이고, 성공적으로 달 궤도에 안착하는 시점은 12월31일이나 내년 1월1일이다. 지구와 달 사이는 평균 38만㎞가 넘는다. 궤도선이 지구 중력을 탈출해 우주를 나갈 수 있는 속도는 초속 11.2㎞이다.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10시간이면 달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저런 요소를 고려해도 달에 며칠이면 갈 수 있다. 아폴로 11호도 사흘 만에 도착했다. 지름길로 가면 며칠밖에 안 걸릴 것을 우리 달 궤도선은 왜 이렇게 오래도록 돌아갈까?

달 궤도선이 여행할 비엘티궤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궤도선이 여행할 비엘티궤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에 가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궤도선은 미국과 함께 가느라 ‘완행열차’를 탄다.

달에 가는 방법은 크게 직접전이궤도, 위상전이궤도(호만전이궤도), 비엘티(BLT) 궤도 등이 있다. 직접전이궤도는 말 그대로 직선으로 내달리는 방법이다. 운행 거리가 짧아 시간이 절약되는 반면 달에 도착했을 때 급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에 많은 연료가 소모돼 궤도선을 운용할 시간이 짧아진다.

위상전이궤도는 지구궤도를 돌면서 고도를 차츰 높여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시간도 한두 달 더 걸리고 고도를 높이는 데도 연료가 많이 들지만 궤도를 도는 동안 정밀도도 높이고 탑재한 장비들을 점검하고 활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많은 국가에서 첫 달 탐사 때 이용한다.

우리나라도 애초에 위상전이궤도로 달 궤도선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음영카메라(섀도캠)를 탑재하면서 전체 무게가 550㎏에서 678㎏으로 변경된 것이다. 달에 도착하기 위해 사용할 연료를 최소화해야 궤도선을 오래도록 활용할 수 있는데, 위상전이궤도로 연료를 많이 쓰면 애초 목표대로 궤도선을 1년 동안 운용할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나사의 협조를 얻어 비엘티궤도 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비엘티궤도는 달 궤도선이 태양, 지구 등 주변 천체의 중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스윙바이를 이용해 연료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윙바이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행성 주변을 돌면서 속도를 높여 달 궤도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연료를 적게 쓸 수 있는 반면 먼 거리를 여행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 달 궤도선도 태양 중력까지 활용하기 위해 태양과 지구 중력의 균형점(라그랑주점)까지 돌아 넉달 반 만에 달 궤도에 진입할 계획이다.

비엘티궤도 비행은 최대 156만㎞ 떨어진 곳을 돌아와야 해서 장거리 통신과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심우주 인터넷 기술을 시험해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모험이기도 하다. 달 궤도선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이 개발한 디티엔(DTN) 탑재체가 이 임무를 맡는다. 이 장치로 메시지 전송과 파일 전송, 영상스트리밍 등을 시험할 예정으로, 비티에스의 ‘다이너마이트’, 에트리의 사계절 풍경 사진 등이 담겼다.

6개의 탑재체가 하는 일은

달 궤도선을 달에 보낸 국가는 지금까지 6개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2007년 달 궤도선을 보낸 데 이어 2013년에는 달 착륙에도 성공했다. 일본은 2007년, 인도는 2008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했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우리나라가 달 궤도선 사업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달 탐사에는 기존 위성보다 진일보한 우주기술이 필요하고 탑재체도 새로운 기술들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여서 앞선 국가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우주탐사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달 탐사 개발사업은 2016년 착수해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수정됐다. 현재 달 전이궤도(비엘티) 최종 설계가 완료된 상태로 오는 8월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배럴 공군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페이스엑스사의 팰콘-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달 탐사선에는 우리나라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항우연), 광시야편광카메라(천문연),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감마선분광기(지자연), 우주인터넷(전자통신연구원) 등 탑재체가 실린다. 더불어 미국 나사가 개발한 음영카메라(섀도캠)를 싣고 가 미국의 2024년 달 남극 유인 착륙 사업(아르테미스 미션)의 일환으로 착륙 후보지를 검색하게 된다.

다음은 탐사선에 실리는 장비 및 기술들이다.

◇ 달탐사용고해상도카메라(루티)

궤도선에서 달 착륙선 후보 지역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 루티는 일종의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이다. 허행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그동안 지구관측을 위한 광학카메라를 개발해왔지만 달 표면 물질은 지구에 비해 단순하고 지구보다 밝기 변화가 커 거기에 맞춰 설계를 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달 탐사선 착륙 및 원격 탐사를 위한 후보 지역 40여곳을 도출해 통신가능 여부, 태양각 조건 등을 목록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광시야편광카메라(폴캠)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한 폴캠은 달 전역에 대한 다파장 편광 및 티타늄 지도 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반찬통 크기 본체에 게눈처럼 카메라가 삐죽이 나온 작은 탑재체이다. 최영준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광학카메라인 루티가 90도 각도로 쓰는 빗자루라면 폴캠은 6개의 빗자루를 45도 각도로 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달 표면의 암화와 적색화는 잘 알려져 있지만, 분쇄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태이다. 편광카메라로 달 표면 입자 크기와 우주풍화를 이해하고 향후 착륙지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캠은 해상도 100m의 티타늄 지도를 작성하는 것도 임무의 하나이다.

◇ 자기장측정기(KMAG)

달에는 지구와 달리 드문드문 자기장이 있는데 왜 그런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진호 경희대 교수는 “달 표면에는 ‘라이너 감마’라는 자기장 때문에 주변보다 하얀 지역이 있다. 이런 달 표면의 자기이상 현상을 관측해 원래부터 있던 것인지, 외부 충격으로 생긴 건지 등 분석하는 게 자기장 측정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본체는 작지만 1.2m짜리 ‘붐’이라 불리는 봉이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붐에는 3개 자기장측정기가 차례로 장착돼 있다. 붐을 설치하는 이유는 위성체에서 떨어져야 자체 자기장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자기장측정기는 궤도선이 지구 자기경계권 지나갈 때의 에너지 변화나 태양계 우주 공간의 자기장 환경도 관측한다.

◇ 달궤도선감마선분광기(KGRS)

달궤도선감마선분광기는 달 자원 탐사를 위한 장치다. 광학카메라나 편광카메라로는 달 표면밖에 알 수가 없는 반면 감마선분광기로는 표면 아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우주방사선이 달 표면에 부닥치면 중성자 생성되고 원소에서 감마선이 발생한다. 이를 측정하면 지표 50㎝까지도 어떤 물질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감마선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달 표면 속 원소는 30개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달 탐사선들이 중요한 원소만 측정해 아직 물조차도 측정 못했다. 우리 달궤도선감마선분광기는 그동안 측정 못한 것에 초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우주인터넷 탑재체(DTN)

인터넷은 아무리 빨라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만 1.281초 지연이 발생한다. 지구와 화성은 22.3분, 지구와 목성은 35∼51분이 걸린다. 심우주는 워낙 멀어 빛의 속도라도 수십분∼수시간이 걸린다. 또 신호가 약해져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 심우주에서 통신을 하려면 중간에 신호를 받아 다시 보내주는 연결점(노드)이 필요하다. 행성 간 우주인터넷을 연결점을 이용하는 ‘디티엔’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디티엔 탑재체를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무인이동체연구실 그룹장)은 “우주인터넷 서비스 가운데 3개를 최초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특히 가상 착륙선을 만들어 궤도선과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실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티에스의 노래 ‘다이너마이트’ 탑재는 연구원 아이디어로 실제로 곡을 사용하려면 저작권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 음영카메라(섀도캠)

지난해 8월 나사는 달 궤도선에 장착할 음영카메라(섀도캠)를 보내왔다. 섀도캠은 달의 남북극 지역의 충돌구 속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인 달 탐사 미션인 ‘아르테미스’를 위한 착륙 후보지를 찾는 것이 임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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